'불량 경제학' 번역ㆍ출간

동부 유럽의 몰도바에서 떨어져 나온 트랜스드니에스터 몰도바 공화국이라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를 이해하려면 사우디아라비아 하면 석유를 떠올리듯 '무기'를 떠올리면 된다.

보통 국가들이 석유와 가스를 수출하듯이 이 나라는 폭탄과 로켓, 최신 자동소총, 로켓 발사대, 지뢰 등 각종 무기를 수출한다.

아프리카 내전에 사용되는 무기를 추적해보면 여지없이 트랜스드니에스터가 등장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중국의 작은 시골 마을 랑글에서는 여자아이 있는 집 알아내기가 무척 쉽다.

집에 에어컨이 있을 정도로 부유하면 여자아이가 있는 집이고, 가난해서 남자아이들이 활을 들고 사냥하러 다니면 없는 집이다.

여자아이가 있는 집이 잘 사는 이유는 딸들이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서 성매매를 해서 집으로 돈을 부쳐주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지난 10년간 3천만 명의 여자와 어린이가 밀거래됐다는 통계도 있다.

국제 관계 전문 잡지 '포린 폴리시'의 편집장인 모이제스 나임은 '불량경제학'(청림출판ㆍ이진 옮김)에서 21세기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인 지하경제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각종 자료조사와 기나긴 취재를 통해 저자가 밝혀낸 암거래, 밀수, 무기와 마약 밀매, 인신매매, 짝퉁산업, 돈세탁 등의 모습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충격적이다.

중국의 교도소는 국제 시장에서 주요한 장기 공급지다.

어떤 의사는 다음날 아침 처형 예정인 어느 죄수가 살아 있는 채로 간이 추출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북아일랜드 독립운동 조직인 아일랜드공화군(IRA)과 바스크족 분리주의 단체인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는 손가방과 옷을 비롯해 향수와 DVD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위조품을 거래하는데, 이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의 해적판이다.

저자는 지하경제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이유로 세계화의 도래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을 든다.

국제무역이 성장함에 따라 평범한 물품 틈에 기생해 이뤄지는 '검은 거래'의 양도 그만큼 늘었다.

또 테러범의 자금 조달 수단도 놀라울 정도로 간단해졌다.

송금 몇 번과 신용카드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저자가 검은 거래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제협력이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최근 검은 거래는 여러 국가에 걸친 복잡한 조직에 의해 이뤄지기에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감시와 수사 기관을 세워야 한다는 것.
또 개인들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작권 있는 음악을 무심코 다운받는 것이 어쩌면 테러조직을 돕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376쪽. 1만3천원.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