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양국간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국익을 훼손하는 졸속 협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협상중단론이 대두하고 있다.

한미 FTA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국회의원들은 16일 성명 발표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일제히 협상중단을 촉구했다.

의원들의 `반(反) FTA' 연대 움직임은 소속 정당의 벽을 넘어 확산되는 양상이어서 국회 비준과정에서 큰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 권오을(權五乙), 열린우리당 김태홍(金泰弘) 의원 등 국회의원 38명은 이날 "한미 FTA 협상이 미국의 국내법 절차에 불과한 무역촉진권한(TPA) 완료 시한에 맞춰 무리하게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즉각적인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자동차, 의약품, 섬유, 쇠고기, 지적재산권 등에서 협상타결을 위한 대폭 양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투기자본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위헌소지가 높은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도입을 이미 합의한 상태"라며 "더욱 심각한 것은 무역구제 등 핵심쟁점이 국민적 이해와 공감없이 고위급회담이라는 밀실회담을 통해 독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 사안을 불과 몇 명의 협상대표들이 독단적으로 처리한다는 것은 국회의 권능을 무력화시키는 반(反)의회적, 반(反) 민주적 행태"라며 "특히 협상결과에 따라 100개가 넘는 국내법을 개폐해야 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높음에도 국회에 보고나 동의조차 구하지 않고 고위급회담을 통해 타결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밝혔다.

성명에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통합신당모임, 민주당,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한미 FTA 체결에 비판적인 의원들이 다양하게 참여했다.

한달여의 칩거를 끝낸 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전 의장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미 FTA는 다음 정부에 체결과 비준 동의를 넘겨야 한다.

국민이 너무 분열돼있고 국민과 국회가 쟁점이 어떻게 돼가는지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참여정부가 김영삼 정부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던 때처럼 낡은 방식으로 국민을 협박하고 있고 오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전 의장은 "친미냐 반미냐, 개방이냐 쇄국이냐 이런 관점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마치 OECD 가입으로 IMF 외환위기가 초래된 것처럼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의 오리무중 상태에서 잘못된 논쟁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며 "참여정부가 현 기조대로 미국측 시안에 따라 3월말에 타결할 생각이라면 김근태를 밟고 가야 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원도 이날 신진보연대의 계간지 `신진보리포트'에 게재한 글을 통해 "참여정부는 참여민주주의를 표방했지만, 현재 추진중인 한미 FTA에는 참여민주주의는 없고 통치자의 결단과 관료적 효율성만 있다"면서 "한미 FTA가 국론의 극심한 분열을 딛고 최소한이나마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하려면 그 수용 여부를 국민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며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반면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장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정치권 일각의 한미 FTA 비준 거부 주장에 대해 "협상 결과를 보지도 않고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성급하며 미리 결론을 내고 예단하는 건 온당치 않다"며 "한미 FTA 협상을 차기 정권으로 넘기자는 얘기도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송수경 기자 mangels@yna.co.kr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