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26일 발표한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 세무조사' 결과는 변호사, 의사, 학원 등 일부 자영업자들의 지능적인 탈세가 일반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온라인 게임아이템을 팔면서 타인명의 계좌 등을 이용해 소득을 숨기려한 사업자 등의 사례는 매우 지능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 소득 절반 탈루

국세청은 지난 1∼4차 조사를 통해 탈루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 업종을 대상으로 5차 세무조사 대상자를 선정했다.

결국 5차 세무조사 대상자 315명은 고소득.전문직 자영업자의 탈루 유형을 망라한 셈이다.

이들중 현금 수입업종에 포함된 유흥업소의 경우는 바지 사장을 내세우는 등 잦은 명의변경을 통해 탈루를 시도하는 사례가 많고 스포츠센터, 학원, 음식점 등도 과세 인프라에서 잘 잡히지 않는 현금 수입분을 소득에서 누락하는 경향이 있다는게 국세청의 분석이다.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 산부인과, 안과, 한의원 등의 경우도 비보험 진료가 많고 현금 수입분이 많아 사각지대로 꼽히며 같은 이유로 법인보다는 개인과의 거래가 많은 변호사, 법무사, 건축사 등도 국세청이 신경 쓰는 전문직종이다.

또 유통업종의 경우 무자료 현금거래분 등이 문제로 꼽힌다.

부동산 임대.분양업체들은 임대나 분양수입을 축소 신고하는 등의 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국세청은 소득에 비해 과다한 금액의 외화를 송금, 해외에서 부동산을 산 사례들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05년 12월 개시된 1차부터 이번 4차까지 고소득.전문직 자영업자 세무조사는 모두 1천415명에 대해 실시됐으며 이들의 평균 소득 탈루율은 50.7%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의 실제 소득은 3조7천188억원이지만 절반인 1조8천326억원만 신고된 셈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조사 결과에 따른 탈루율을 자영업자 전체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 인터넷 게임판매업자에 109억원 추징

이번 조사 결과 온라인 게임아이템을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사업자인 이모(55)씨는 중국에서 현지인 수천명을 고용, 리니지 등 온라인 게임을 하도록 시킨 뒤 이들이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국내 게임 이용자에게 판매하도록 하고 판매액 전액은 자신의 개인명의 계좌로 송금받는 방법으로 소득을 숨겼다.

이를 통한 신고누락액은 무려 42억원에 달했다.

또 그는 국내에서도 종업원과 친.인척 등 19명의 명의를 빌려 게임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얻은 '얼굴없는 소득' 53억원도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씨에 대해 부가가치세 등 109억원을 추징하고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 성형의사 11억원, 고급 주택분양업자 187억원 탈루

의사, 학원 등은 소득 탈루 사례가 거의 매번 적발된 분야다.

서울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안모(39)씨는 비보험 대상 진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현금결제하면 할인혜택을 부여하는 수법으로 수입액 6억원을 탈루한 것을 비롯해 광고선전비 등 경비를 부풀려 총 11억원의 소득을 줄여 신고했다.

학원업자인 이모(51)씨는 개인명의 계좌를 통해 수강료를 현금으로 입금받는 수법으로 15억원을 누락 신고했으나 고가의 부동산 취득과 이자소득 발생 등으로 꼬리를 잡혀 11억원을 추징당했으며 포탈세액에 준하는 벌금도 부과받았다.

주택분양 업자인 김모(47)씨는 서울에서 100평형 고급주택 15채를 신축, 분양하면서 동호인들이 직접 땅을 사 주택을 취득한 것처럼 처리해 분양수입액 187억원을 누락시킨 사실이 적발됐다.

또 부동산 시행업자 이모(45)씨는 시공사인 A건설사와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고 가공으로 계상한 공사원가 93억원을 A사 계좌에 입금한뒤 종업원 등 명의로 다시 받아내는 수법으로 소득을 탈루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