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중국 베이징 왕징의 시위엔 사거리에 자리잡은 인허(銀河)증권.주식시장이 문을 연 지 10분도 안돼 200평 규모의 1층 객장은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객장 한면이 꽉 차게 걸려 있는 시세판 앞의 자리는 이미 빈자리가 없었다.

객장에 설치된 50여대의 컴퓨터 단말기로 주가를 검색하는 사람이나 삼삼오오 정보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얼굴은 전날의 급락(상하이종합주가지수 4.9% 하락) 때문인지 그리 밝아보이지 않았다.

객장의 한쪽에서는 증권사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지금 주가 하락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열을 올리며 설명하고 있었다.


중국 증시가 작년 초부터 150%가량 초고속으로 치솟았다가 당국의 버블(거품) 경고로 급락하자 투자자들은 당황해 하는 모습이었다.

정부가 은행 돈으로 주식을 못 사게 하는 등 돈줄을 죄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야 할지,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친구가 주식으로 큰돈을 번 것을 보고 작년 10월에 주식을 샀다는 스예화(史曄華·28·주부)는 "주가가 꽤 올라서 나도 돈을 버는가 보다 했는데 엊그제 많이 떨어져 걱정된다"며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것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올랐을 때 팔려고 객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객장에서 작은 문으로 연결된 사무실처럼 생긴 방에 놓인 10여개의 책상마다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펀드상품을 취급하는 곳이었다.

펀드에 지금 들어가도 되는지,어떤 펀드가 좋은지를 묻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한두 개의 책상에서만 가입신청서를 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고 나머지는 판매 직원과 계속 상담만 하고 있었다.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고 그만뒀다는 장아이핑(張愛平·41)은 "직장에 다니면서 모은 돈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서 펀드에 넣을 생각을 했는데 지금이 적기인지 아닌지 판단이 잘 안 선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옆에 서 있던 한 노인은 "주식시장이 잘 되고 있는데 정부가 괜히 나서서 주가를 떨어뜨렸다"고 말을 거들었다.

왕징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샤오윈루 둥팡증권 객장도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작년 10월 VIP고객만을 대상으로 영업하기 위해 문을 연 둥팡증권 샤오윈루 지점은 20여개의 트레이딩룸으로 이뤄졌다.

이곳 차이융장(蔡勇强) 총경리는 "지난주만 해도 하루 100여개의 신규 계좌가 개설됐는데 이번 주 들어서는 20개 정도로 줄어들었다"며 "아무래도 시장이 약세니까 투자자들이 주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전날의 급락에 이어 2% 이상 떨어졌다가 보합 수준으로 회복했다.

중관춘증권사 류보(柳波) 사장은 "증시가 많이 올랐다는 것보다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게 문제"라며 "투자자들이 은행에서 대출받아 주식을 산 뒤 이를 다시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 펀드에 가입하는 비이성적인 투자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주식시장을 육성하려는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유동성 제한은 일시적일 것으로 본다"며 "그보다는 단기에 많은 자금을 넣었다 뺐다 하며 시장에 혼란을 일으키는 외국자본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