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협상서 빅딜..쟁점 많아 8차 갈수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가지치기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진실의 순간'만 남겨놓게 됐다.

'진실의 순간'은 협상에 임하는 양국이 내놓을 수 있는 양보의 수준을 모두 보여주면서 협정 타결 여부나 협정의 수준을 결정하는 시기를 의미하며 통상 협상의 성패를 결정짓는 순간이다.

한국과 미국은 19일 상품무역, 노동 등 5개 분과회의를 끝으로 6차 협상 일정을 모두 마쳤다.

1차 협상이후 지금까지 서로 숨겨왔던 '패'를 모두 보여준 셈이다.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분과장들의 이른바 '고해성사'를 듣는 마지막 작업까지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고해성사는 양측 대표가 동시에 같은 자리에서 양측 분과장들로부터 그동안의 논의 상황을 보고하도록 해 교차 점검을 함으로써 잘못된 보고를 막으면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로, 통상 협상가들은 숨김없이 보고한다는 의미에서 고해성사라고 부른다.

◇ 결정만 남은 한미FTA 협상
양측은 6차 협상을 통해 자잘한 사항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다 합의를 봤다.

남은 것은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 농업, 섬유 등 핵심 쟁점과 분과별 쟁점뿐이다.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의 경우 양측 수석대표가 직접 조율에 나섰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고위급 회의가 거론되는 농업과 이미 고위급 회의가 개시된 섬유도 별 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분과별 쟁점 역시 마찬가지다.

신제윤 금융서비스 분과장은 "양측이 일시 세이프가드, 국책은행(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FTA협정 적용배제 문제, 농협공제를 비롯한 유사보험에 대한 금융감독, 신용평가업의 국경간 거래개방 등 27개 쟁점만 남은 것으로 상호 확인하고 회의를 끝냈다"고 말했다.

남은 쟁점들은 서로 양보할 수 있는 수준의 최종 협상 카드를 보여주고 일괄 타결하는 방식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게 협상단의 설명이다.

결국 양측은 그동안의 협상을 통해 상대편의 마지막 카드를 읽었기 때문에 자국내에서의 부담을 견뎌낼 수 있는 최종 양보안을 만든뒤 오는 2월 7차 협상때 최후의 카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진실의 순간에서 던져지는 마지막 카드는 협상의 성패, 협상의 수준을 결정한다.

대부분 쟁점에서 진실의 순간이 될 7차 협상은 미국 워싱턴 근교 버지니아주에서 내달 12일부터 개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측의 농업시장 개방과 미국의 섬유시장 개방 확대 등은 추가적인 협상을 필요로 하고 있다.

김종훈 우리측 수석대표는 최종 타결 시점과 관련, "7차 협상에서는 어렵다"며 8차 협상이나 추가적인 고위급 회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어쨌든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 때문에 현실적인 시한으로 작용하는 4월초 이전에는 한미FTA의 성사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가지치기 '끝'..상품.금융 일부 성과
공산품을 다루는 상품무역 분과에서 양측은 그간 관세철폐 시한을 정하지 않은 기타 품목중 절반씩을 10년내 관세철폐 대상으로 옮기기로 합의했고 3∼10년내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던 품목중 상당수는 당초 계획보다 철폐기간을 앞당기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6차협상 개시전 한국이 갖고 있던 8천400개 대상 품목중 82개, 미국은 7천94개중 53개만 관세철폐 기간이 정해지지 않았을 뿐 나머지 품목은 최장 10년내에 모두 관세가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쟁점 품목인 자동차 협상에서 진전이 없는 탓에 양측의 수입액 기준 관세 즉시 철폐율은 한국이 79.2%에 이르는데 비해 미국은 65.2%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액중 23% 가량을 차지하는 자동차 문제가 해결돼야 공산품 양허안에서 균형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이 문제가 아직 난항을 겪고 있고 설사 타협이 이뤄져도 우리측 요구대로 즉시철폐 대상이 될 지는 미지수다.

자동차는 이번 협상기간 분과회의가 열리지 않았지만 우리측 자동차 세제 개편의 일부 양보안이 제시되면서 양측 수석대표간 접점 찾기가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 서비스분야에서도 쟁점이었던 우체국 보험과 신용보증기금에 대해 미측이 국가기관으로서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완화하면서 일부 진전을 이뤘다.

이번 협상에서는 미국 민주당이 의회 다수석을 차지하면서 예상돼온 이른바 '민주당 변수'가 현실화돼 노동.환경 분야에서 미국이 새로운 요구사항을 내놨다.

아울러 미측이 자격증 상호인정 대상 분야로 전통동양의학(한의사)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점도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김종수 기자 evan@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