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의 고급음식점에 가면 대리주차를 해주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그런데 고급음식점이라도 교외에 있는 경우 대리 주차를 해주는 곳이 상대적으로 드물다.시내나 교외나 대리주차인을 고용하는 비용은 큰 차이가 없지만,지대는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따라서 시내의 음식점은 높은 지대를 지불하고 넓은 면적을 주차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보다는 주차인을 고용하여 협소한 주차장에(때로는 인도까지 점거해가며) 최대한 많은 차량을 주차하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경제학적으로 설명하면 이러한 선택은 주차라는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공간과 인력이라는 요소를,상황에 따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음식점의 대리주차 뿐 아니라 선호하는 주차의 형태,즉 전면주차나 후면주차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 하는 것도 경제학적 설명이 가능하다.미래보다는 현재가 훨씬 중요한 사람은 주차하기 편한 것을 선호하고,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중에 차를 빼기 편한 것을 선호한다.즉 미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현재할인율의 차이가 주차습관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렇게 여러 현상에 본인들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잣대를 들이대는 ‘직업병’이 있다.그렇지만 우리 주위의 많은 일들이 경제학적 분석으로 명쾌히 설명되는 것도 사실이다.

운동경기에서도 심심치 않게 경제학적 분석이 가능하다.예를 들어 요즈음 많이 회자되는 비교우위의 개념을 생각해보자.특정 종목을 잘할 수 있는 결정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고, 또 종목마다 다를 수 있다.그래서 비교우위가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하지만, 올림픽과 같은 국제 경기에서 참가국들이 거두는 성과의 많은 부분을 비교우위 이론이 합리적으로 설명해 준다.만일 절대적인 우위가 중요하다면 소득 또는 자본,그리고 기술이 우월한 미국이나,인구가 절대적으로 많은 중국이 올림픽 메달을 독식하여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인구도 작고 GDP도 그리 높지 않은 오스트레일리아가 수영 강국이고,태권도,권투,유도,역도 등의 체급경기에서는 아시아나 동구권 국가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육상이라도 단거리에서는 미국이나 캐나다 등이 강세를 보이지만 장거리에서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강세를 보인다.올림픽에 참여하는 것이 단순히 스포츠 정신을 함양하고 인류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국력을 과시하고 국민에게 정체성을 고양하기 위해서라면,좋은 성과를 거두는 것이 필수적이고,이를 위해서 자신들이 ‘상대적’으로 강한 종목에 집중하고 특화하는 현상이 나타난다.절대적인 체격의 우세가 제한되어 ‘상대적’으로 동양인에게 유리한 체급 경기에서 동양인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심지어는 같은 종목에서도 각국의 비교우위에 따라 경기운영의 형태가 달라진다.축구의 예를 보자.개인기의 필수조건은 순발력과 허리와 발목 움직임의 각도 등의 유연성인데,남미 선수들이 유럽 선수들보다 이런 면에서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따라서 남미 는 개인기에 특화하는 경기운영을 하게 되고,유럽은 상대적으로 개인기보다는 팀플레이에 특화하게 된다.

비교우위의 세상이 좋은 것은 내가 남보다 잘하는 것이 없어도 세상이 살만하다는 것이다.어느 정치인이 “내가 경제학은 잘 모르지만 요즈음 정부정책이 잘못 되어 우리가 비교우위가 있는 산업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라고 한 적이 있다.그 정치인의 말에 동의한다.그는 정말로 경제학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상대방이 나보다 어느 하나에 비교우위가 있으면 나는 자동적으로 다른 것에 비교우위가 생긴다.문제는 그 비교우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것이다.내가 박주영 선수보다 축구도 못하고 IQ도 낮더라도,박선수가 축구에 비교우위가 있는 바람에 나는 다른 것에 비교우위를 갖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차문종 < 산업.기업경제연구부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