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과다 보유 '불필요한 리스크' 노출

회계부정 스캔들로 몰락한 미국 에너지 대기업 엔론의 전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52)이 지난 주 24년 4개월의 중형을 선고받은 것을 계기로 종업원들의 자사 주식 과다 보유에 따른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스킬링 선고 공판을 지켜본 전 엔론 직원들의 증언은 자사 주식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고 AP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수천 명의 엔론 직원들은 회사를 믿고 자사 주식을 매입했다가 엔론이 파산하면서 결국 이를 몽땅 날렸다는 것.
이는 설혹 어떤 기업이 엔론 처럼 파산에 이르지는 않더라도 자사 주식을 너무 많이 가진 종업원들은 불필요한 리스크에 스스로를 노출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인력 컨설팅 회사 `휴잇 어소시에츠'의 은퇴문제 연구 담당 이사 파멜라 헤스는 "이는 매우 중대한 문제"라며 회사가 잘 나갈 때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회사가 내리막길을 걸을 때의 리스크를 상쇄해주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나온 휴잇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확정기여형 연금제도인 `401(k)' 플랜 중 자사 주식에 대한 투자를 후원하는 경우는 1999년 전체의 24%에서 지난 해에는 8%로 격감했다.

그러나 규모가 더 커진 401(k) 플랜 중 4분의 3이 자사 주식을 투자 수단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자사 주식 계정이 종업원의 401(k) 자산 중 3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근무 연수가 긴 종업원일수록 401(k)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휴잇사 조사 로는 근속 기간이 30년을 넘긴 종업원들 가운데 401(k) 자산의 절반 이상을 자사주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하다는 것.
자기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파산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자사주의 수익이 서서히 악화되거나 다른 투자 수단이 지속적인 이익을 실현하는 데도 자사 주식은 맥을 못추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뱅가드 은퇴연구 센터'의 스티븐 엇쿠스는 자기 회사가 파산하거나 수년간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 수 있는 두가지 측면의 리스크를 갖고 있는데도 종업원들은 `충성심' 때문에 투자 수단을 자사주 말고 다른 쪽으로 다양화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2위의 자동차 메이커 포드의 많은 종업원들은 회사 실적이 좋던 1990년대 중 자사주에 과도하게 투자했었다.

미시간주 소재 `메인스테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CEO 데이비드 커들라는 작년 말 현재 포드의 401(k) 자산 117억9천만 달러 중 자사주가 22.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5년 간 배당을 포함한 포드사 주식의 연 수익률은 11.02%로 대부분의 뮤추얼 펀드 수익률을 크게 밑돌았다.

뮤추얼 펀드 회사 `T.로우 프라이스 그룹'의 금융 자문역 스튜어트 리터는 투자선 다양화가 금융 투자의 `핵심 원칙'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단일 주식에 5∼10% 이상을 투자하면 안되며 자사주의 경우 5%를 넘지 말아야 한다"며 한가지 주식을 지나치게 많이 매입할 경우 얻는 것 보다는 리스크가 더 커진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망각해서는 안된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종업원들은 흔히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많은 양의 자사주를 매집하는 한편으로 회사측이 401(k)의 `대응 갹출금'으로 회사 주식을 내놓을 때 회사 주식이 리스크가 적다는 잘못된 생각에 이를 추가로 확보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메인스테이 캐피털의 CEO 커들라는 종업원들이 "나는 우리 회사 주식밖에 몰라"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회사가 어떻게 될 지 안다"고 느끼지만 엔론 붕괴 사례에서 보듯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엔론 401(k)자산의 60% 가량이 자사주였고 주가가 꼭지점에 있었을 때는 주당 90달러에 매매됐으나 회사가 파산하면서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연금 플랜에 적립돼 있던 수십억 달러는 물론 엔론 주식이 몽땅 휴지조각으로 변모했다.

`왓슨 와이앳'의 확정기여형 연금 컨설팅 담당 이사 로빈 크레디코는 회사 주가 하락을 둘러싼 소송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기업들도 투자 수단 다양화에 대한 종업원 교육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부 기자 sungb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