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는 최근 들어 경기 사이클의 변동 주기가 짧아지고 경기 수축 국면이 경기 확장 국면보다 오래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로 인해 수출이 좋아져도 내수가 살아나지 않고,제품 생산이 늘어나도 설비 주문은 늘어나지 않으며,제조업이 살아나도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등 경제 체질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경기가 좋아져도 경제 주체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경기확장기 11개월 불과

경기선행지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경기 침체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가 지난해 1분기 저점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침체 국면이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 찾아온 것이다.

올해 경기 흐름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경기 사이클이 지나치게 단기화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판단해보면 경기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정점에 도달한 것은 네 차례였다.

2000년 1분기와 2002년 1분기,2003년 4분기,2005년 4분기가 각 경기 사이클의 꼭지점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GDP의 순환을 보면 확장기는 11개월에 불과하다.

1970년 이후 GDP를 기준으로 본 경기 사이클 확장기가 무려 31개월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위기 이후의 경기 변동 주기는 3분의 1 수준으로 짧아진 셈이다.


○파급효과 적은 IT 비중 높아져

남상호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사회경제연구실장은 "경기 순환 주기가 과거에 비해 짧아진 것은 산업구조가 바뀌었고 고용창출 효과도 줄어드는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사이클의 변동 주기가 짧아진 것은 경제구조가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생산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정보기술(IT) 산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96년 3.9%에 불과했지만 2005년에는 12.3%로 확대됐다.

원자재와 설비를 수입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IT산업의 수출이 늘어나도 산업 파급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유행에 민감한 IT 부문 자체의 순환주기가 상대적으로 짧은 것도 경기 변동 단기화에 영향을 줬다.


○고용없는 성장도 원인

기업들이 사람을 뽑기보다는 공장자동화 설비를 확충하는 등 고용창출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도 경기흐름을 단절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출액 10억원당 고용창출 인원수가 1990년 24.4명에서 2000년 12.2명으로 절반이 줄어드는 등 고용창출 효과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일자리가 크게 늘지 않기 때문에 경제 확장 국면에서 소비 증가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해외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가계의 해외 소비 비중은 1995년 1.7%에 불과했으나 올해 상반기 4.3%로 높아졌다.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사람들이 해외에서 돈을 쓰면 2차 파급 효과가 국내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경기 회복의 승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밖에 2001년의 9·11 테러와 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경제에 충격을 준 외생 변수들이 많아 경기변동에 왜곡이 생겼다는 주장도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