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군 오창산업단지에 위치한 우림은 공장 자동화에 필요한 각종 제어 시스템을 생산하는 업체다.

1995년 이 회사를 설립해 탄탄한 벤처기업으로 키운 김균 대표(61)는 몇 해 전부터 한 가지 문제로 고심 중이었다.

LG화학 중국 공장 등 주요 납품처에 대한 현지 업체 제품의 공세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궁리 끝에 중국 업체들이 쫓아오기 어려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기로 결심하고 지난해 우림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어 중소기업청 산학협력실 사업에 참여한 김 대표는 이곳을 통해 충주대학교의 이재경 교수와 만났다.


김 대표는 궁리 끝에 중국 업체들이 쫓아오기 어려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기로 결심하고 지난해 우림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이어 중소기업청 산학협력실 사업에 참여한 김 대표는 이곳을 통해 충주대학교의 이재경 교수와 만났다.

두 사람이 서로의 관심사를 논의하다 의기 투합한 새 사업 아이템은 '지능형 청소로봇'이었다.

지능형 청소로봇은 한 마디로 자기 위치 인식 시스템을 갖춘 청소로봇이다.

센서를 통해 방 안에서의 자기 위치를 xy 좌표로 인식해 경로를 결정하는 것이다.

요즘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중저가형 청소로봇은 대부분 이 같은 자기 위치 인식 시스템이 없다.

그래서 이미 청소를 한 부분을 다시 청소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아예 청소가 계속 안 되는 부분도 생긴다.

외국산 청소로봇의 경우 위치 인식 기능이 있는 제품이 있지만 가장 싼 것도 가격이 200만원을 훌쩍 웃돈다.

국내 가전업체에서도 최근 1개 모델이 나왔지만 역시 가격이 140만원대에 이른다.

따라서 관건은 값싼 부품을 쓰면서도 성능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위치 인식 시스템의 개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능 알고리즘(algorithm)' 전문가인 이재경 교수가 우림의 원군으로 등장한 셈이다.

이 교수팀이 우림측에 제안한 기술은 카메라를 이용한 비전 기술이다.

카메라에 잡힌 대상의 광학적 특성을 전기적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한 후 이를 다시 디지털 신호로 변환,컴퓨터를 통해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쳐 원하는 위치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기존 외국산 제품이 채택하고 있는 초음파나 적외선을 이용한 기술보다 저렴하게 자기 위치 인식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이 교수팀의 개발 작업은 현재 막바지에 이르러 내년 초면 80만원 안팎의 지능형 청소로봇이 출시될 예정이다.

우림은 이 기술을 토대로 중저가형 청소로봇 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한 발 나아가 서비스 로봇이나 의료용 로봇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충주대와의 산학 협력은 우림의 기술인력 확보 문제도 해결해줬다.

기술연구소를 세운 후에도 한 동안 인력을 구하지 못해 제대로 가동을 못했는데 충주대와 산학협력 관계를 맺은 후 이 대학 출신 연구원이 입사한 것.김 대표는 "기술연구소 인력 채용을 위해 몇몇 대학 교수들에게 부탁해봤지만 '중소기업이라서 쉽지 않다'는 말만 들었는데 산학협력 프로그램 덕에 훌륭한 인재를 얻었다"며 기뻐했다.

이 교수의 제자로 지난해 우림에 취직한 심영기 연구원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끌려 우림에 입사했다"며 현재 RFID(전자태그)와 CDMA 통신 등 차세대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학협력을 통해 이 교수도 얻은 것이 있다.

이 교수는 "산업체와 함께 일하다 보면 상품화 가치가 있는 기술에 대한 안목을 기를 수 있고 학생들에게도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치게 된다"며 "기술개발의 최종 목적은 상품화이기 때문에 실험실 안에서만 자족하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