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풍년 속 경작면적 급감.생산원가 상승으로 폭등

중국 등 주요 생산국의 경작 면적 급감과 생산 원가 상승 및 수요 증가 속에 세계적인 쌀값 파동이 예상된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5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에 실린 분석 기사에서 전 세계가 수요 증가와 생산 감소에 맞물려 유례없는 쌀값 폭등 사태에 직면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쌀 농사가 기록적인 풍작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생산비 급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쌀을 주식으로 하는 전 세계 30억 명이 이로 인한 부담을 떠안아야 할 처지라는 것.

국제 쌀값 어떻게 될까

향후 2년 사이에 거의 두 배 가까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위스 로잔 소재 디아파손 코모디티스 매니지먼트사의 최고경영자(CEO) 스테판 우로벨은 현재 100파운드 당 9.90 달러인 국제 쌀값이 20달러선으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주 시카고 선물 거래소에서는 올해 11월 인도되는 쌀값이 100파운드 당 9.895달러로 4.8%나 급등, 주간 시세로는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쌀 선물가격 상승률은 48%로 밀(19%)과 옥수수(8.3%)를 크게 웃돌았다.

지금까지 쌀 선물가격 최고 기록은 1993년의 100파운드 당 12.92 달러다.

싱가포르의 올람 인터내셔널사 CEO 서니 버기스는 향후 3년에 걸쳐 쌀 가격이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주요 쌀 생산국들에 극심한 가뭄이 들면 쌀값은 꽤 가파른 오름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원유가격이 배럴당 40달러 선을 계속 웃돌 경우 시카고 선물거래소의 쌀 값은 100파운드 당 13달러로 오르고 원유 값이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으면 쌀값도 100파운드에 20달러로 까지 급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은 지난 4월, 올해 전 세계 쌀 생산량이 사상 최고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예상조차도 쌀값 상승세를 진정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국제 쌀값 왜 이렇게 오르나

중국과 미국 등의 쌀 생산이 감소세를 보이고 주요 수출국인 베트남 등도 생산비 상승으로 경작 면적을 줄이고 있는데다 재고는 격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전역의 쌀 경작 면적은 지난 10년 사이에 800만 ㏊(1천980만 에이커)나 줄었다.

작년 말 현재 중국의 경작 가능 면적은 전체 국토의 13%인 1억 2천200만 ㏊로 추산됐다.

리히텐슈타인에 있는 펀드회사 `머더 어스 인베스트먼트'의 간부 롤란 얀센은 중국의 논이 아파트나 공장, 도로 건설용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연료비 인상을 비롯한 생산 원가 상승도 쌀 생산 감소를 부추기는 주된 요인의 하나로 지적됐다.

미국의 경우 관개비용이 지난 한 해 동안 100파운드 당 1.75달러나 올랐다.

이런 영향으로 미국의 쌀 생산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는 특히 재배 감소 및 더운 날씨 때문에 쌀 생산량이 작년보다 12% 줄어든 1천972억 파운드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2∼3℃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도 쌀 생산량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에 있는 `월드 웨더'의 드루 러너 사장은 "엘니뇨가 인도네시아에서 브라질에 이르기까지 쌀 등 곡물 생산에 갈수록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쌀 재고 감소도 쌀값 상승을 재촉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올해 쌀 재고량은 재고 과잉 사태를 빚었던 지난 2000년의 절반 정도밖에 안된다.

이는 작황 부진을 극복할 수 있는 `완충'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한 양이라는 것이 미국 농무부의 분석이다.

미 농무부는 현재 전 세계 쌀 재고량인 26년래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제네바의 `아스코트 코모디티스'의 전무이사 마마도 시스는 "지구상에 인구는 점점 늘어나는데 쌀 생산량은 인구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쌀값 상승 어떤 영향 미치나

필리핀과 나이지리아 등 쌀 수입국의 인플레를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리만 브라더스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로버트 서브바라먼은 쌀값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수출국들에는 `대박'을 안겨주겠지만 수입국들은 빈곤층에 대한 정부 보조를 늘려야 하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되리라는 것.
쌀을 원료로 쓰는 식품 제조업체들도 곤경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시리얼 제조업체인 켈로그는 연료와 1차 산품 등의 가격 인상으로 `유례없는' 비용 상승이 초래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켈로그는 비용 상승을 구실로 2년 만에 처음으로 제품값을 올렸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부 기자 sungb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