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부분의 국민이 가입하고 있는 은행의 정기예금 정기적금 적립식펀드 등에 제공하던 세금우대 혜택을 없애기로 함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은행들은 그렇지 않아도 저금리 상황이 지속돼 저축이 늘지 않는 마당에 세금 혜택마저 줄면 이자 소득 감소로 예금 이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세연구원이 내놓은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안 중 '임시투자세액공제 공제율 하향조정안'도 현실을 무시한 졸속방안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는 지금도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각종 규제에 걸려 투자를 하지 못하는 와중에 투자에 따른 세금 혜택마저 줄인다면 투자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한 듯 정부는 조세연구원의 방안을 좀더 면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1000만원예금 3만원 세금 더 내야

조세연구원은 3일 정책토론회에서 세금우대종합저축 중 일반인에 대한 특례는 폐지하고 노인·장애인 등에 대한 지원은 생계형 저축으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세금우대종합저축이란 특정 금융상품이 아니라 은행 등 금융회사의 정기예금 정기적금 상호부금 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적립식펀드 등 세금 혜택이 주어지는 금융상품을 총괄하는 말이다.

가입기간이 1년 이상이면 1인당 4000만원까지 이자소득에 대해 법정 세율인 15.4%(주민세 포함)보다 낮은 9.5%의 세금만 내도록 했다.

저축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였다.

조세연구원은 이 같은 혜택을 없애 일반인이 가입하는 정기예금 정기적금 등에 대해선 15.4%의 이자소득세를 물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연 이자율이 5%인 은행 정기예금에 1000만원을 들고 있다면 지금은 연간 4만7500원의 세금을 내면 되지만,앞으론 7만7000원을 내라는 얘기다.

금액이 4000만원이라면 늘어나는 세 부담이 12만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강우신 기업은행 분당파크뷰 PB팀장은 "저금리가 상당히 지속돼 저축 의지가 낮아진 마당에 세금 혜택마저 줄어들면 저축을 포기하는 사람이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춘수 신한은행 PB팀장은 "직장인들이 노후를 대비하는 가장 일반적인 수단이 예금이나 적금에 가입하는 것인데 세금을 올리면 저축이 줄어들 것이며 이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재계 "임시투자세액공제 확대는 못할망정…"

조세연구원은 현재 7%인 임시투자세액공제율을 5%로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예를 들어 연간 투자금액이 100억원이며 순이익이 100억원인 회사라면 현재는 세액공제금액이 7억원이지만 이를 5억원으로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연구개발 투자세액공제 등 다른 투자세액공제의 공제율 3∼5%보다 높아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논거다.

이에 대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본부장은 "경기 회복과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해 투자 증대가 절실하며 실제로 투자를 늘리려면 임시투자세액공제율을 7%에서 10%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라며 "공제율을 깎는 방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재계는 현재 '임시'로 운영되는 세액공제제도를 상설화하며,공제대상도 대폭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하고 있다.

이와 관련,허용석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조세연구원의 임시투자세액공제율 하향조정 방안은 연구원 차원의 아이디어"라며 "정부는 연말께 경기와 투자 동향 등을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