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이 9일간 포스코 본사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는 동안 이 건물의 최고 핵심 부분인 '회장 사무실'은 물론 '임원 사무실'까지 침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포스코측은 회장실 등 임원들의 사무실에는 주요 문서나 자료를 두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회장실까지 들어온 노조원들이 아래 층에 위치한 실무부서의 주요 자료에 손을 대지 않았다는 것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회장실과 임원실은 12층 규모 본사 건물의 최고층부인 10-12층에 위치해 있다.

22일 연합뉴스가 점거 당했던 임원실을 돌아본 결과 이 회사 이구택 회장실을 비롯해 10-12층에 있는 모든 임원의 사무실에 노조원들이 들어왔던 흔적이 발견됐다.

특히 일부 임원 사무실은 문의 잠금장치 부분이 부서져 있는 등 강제로 문을 열려고 한 증거도 발견됐다.

10-11층에 위치한 10여곳의 임원실은 하나 같이 쓰레기가 어지럽게 늘려 있었고, 아래층으로 통하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복도에는 노조원들이 의자 등 사무실 집기를 사용해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둔 상태였다.

또 임원실 주변의 화장실은 단수 조치가 내려진 뒤 화장실 분뇨처리가 되지 않아 악취가 심하게 나는 상태였으며, 변기가 막혔기 때문인지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대변기 입구는 사용금지를 나타내기 위해 폭이 넓은 테이프가 X자로 붙어 있었다.

건물 12층에 있는 강창호 고문실의 경우 캐비닛이 일부 열려 있었고 사무실 곳곳에 노조원들이 먹다 버린 컵라면 용기나 물병 등이 어지럽게 늘려 있었다.

그러나 이구택 회장과 윤석만 사장의 집무실 등 회사 최고위층의 사무실은 노조원들이 들어왔던 흔적은 있었지만 집기를 건드린다던가 기물을 파손한 흔적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10-12층 임원실 주변에도 비상 식량으로 들여온 것으로 보이는 라면과 초코파이, 건빵 등이 많이 쌓여 있었고, 각 층마다 100여개의 쇠파이프와 각목 등이 발견돼 이들이 우발적으로 포스코를 점거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했다.

포스코측 관계자는 "서울에도 사무실이 있고 주요 업무의 상당수가 서울에서 처리돼 오던 탓에 회장이 포항에는 자주 머무르지 않았고, 이에 따라 회사 기밀 등은 대부분 다른 곳에 보관돼 기밀이 유출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은 포스코측과 점거 당시 회장실을 비롯한 임원실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거 농성자 등을 상대로 주요 서류 및 기물 파손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포항연합뉴스) 이강일 이승형 기자 leeki@yna.co.krh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