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로 탄생 60돌을 맞은 '비키니'가 빠른 속도로 대중화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만 연간 1300억원의 소비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키니 시장 자체가 800억원대로 커진 데다 여성들이 비키니 수영복을 입기 위해 체형 관리,제모,배꼽 장신구 등에 쏟아붓는 돈이 500억원대에 이르는 것.


천 두 조각으로 가슴과 아랫도리만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비키니는 1946년 7월5일 프랑스의 디자이너 루이 레아드가 처음 선보였다.

당시 비키니는 '패션 혁명'으로 불릴 만큼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60년이 흐른 지금,여름 휴가철 해변가에는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넘쳐날 만큼 대중화했다.

코오롱스포츠 휠라코리아 아레나 등 주요 수영복 업체들의 매출 통계를 종합하면,2005년 기준 국내 비키니 수영복의 연간 매출은 800억원을 조금 넘는다.

연간 1200억원 규모인 여성 수영복 시장에서 비키니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정도로 해마다 5~10%포인트씩 늘고 있다.

특히 실내수영장용을 제외한 '비치웨어' 쪽에서는 비키니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원피스 수영복을 벗어 던지고 비키니로 갈아 입는 여성들이 늘면서 비키니에 덧입는 랩스커트,볼레로 등의 매출도 연간 100억원대로 커졌다.

패션 업체들의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코오롱스포츠 '헤드' 브랜드 매니저는 "원피스 수영복은 10만원 정도면 살 수 있지만 투 피스로 이뤄진 비키니에 랩스커트,볼레로 등을 세트로 구매할 경우 가격은 18만원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여기에 여성들이 여름철 비키니를 입기 위해 몸매 관리에 신경을 쓰는 덕분으로 6~8월 세 달간 체형 관리 업체들에 몰리는 돈이 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피부·체형관리 전문 업체인 이지은레드클럽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20대 여성들의 다리 각선미 관리,30~40대 여성들의 복부비만 관리 수요가 평소보다 2배 이상 증가,연간 매출의 60~70%가 이때 발생한다.

비키니를 입으려면 다리 사이의 V존을 비롯해 몸의 곳곳에 난 털을 없애야 하기 때문에 제모 시장도 특수를 맞는다.

LG생활건강,옥시레킷벤키저 등 주요 생활용품 업체들은 지난해 휴가철을 전후해 크림·테이프 형태의 제모제가 50억원어치 팔려 나간 것으로 집계했다.

차앤박,이지함 등 유명 피부과 부설 에스테틱들이 이른바 '비키니 왁스'라고 불리는 국부 잔털 제거 시술로 벌어들이는 돈도 연간 50억원 가까이에 달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제모제는 휴가철을 전후해 팔리는 것이 연간 매출의 70~80%를 차지한다"며 "제모 시장은 비키니 수영복이 만들어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키니 탄생 60주년을 기념해 'The Bikini Turns 60'이라는 보고서를 펴낸 삼성패션연구소는 "영국 여성들도 매년 비키니 수영복에 4500만파운드(한국 돈 780억원)를 쓰고,프랑스에서도 비키니가 여성 수영복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며 "60년 전 한 디자이너가 고안한 작은 천 조각 두 장이 패션 시장을 바꿔놨다"고 평가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