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자동차 의약품 등 핵심쟁점 분야에 대한 양국의 입장차가 조율이 불가능할 정도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첫 협상이긴 하지만 이들 분야의 경우 1차 협상 목표였던 통합협정문 작성에 실패하거나 전 조항을 양측 의견이 병기된 수준으로 작성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농업의 경우 5일간의 협상기간 중 사흘이 지났을 뿐인데 양국은 통합협정문을 아예 만들지 않기로 했다.

워낙 이견이 큰 탓에 통합협정문 작성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세제개편 등 세 가지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차가 뚜렷해 의견 조율에 여지가 없자 협상을 하루 만에 끝냈으며 의약품은 양측 수석 대표가 협상 테이블에 나와 강력한 공격 및 방어 의지를 밝히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의약품 자동차 이견 커

미국은 최대 관심사인 자동차 의약품 분야의 협상이 7일(현지시간) 시작되자 강공을 폈다. 의약품의 경우 웬디 커틀러 미국측 대표가 직접 첫 미팅에 참석했다.

수석대표가 첫 미팅에 참석한 분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커틀러 대표는 "오랜 통상이슈인 의약품 문제가 이번에 진전됐으면 좋겠다"며 △좋은 의약품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 확보 △신약개발 여건 조성 등을 강조했다.

미국측은 건강보험 약가 산정방식 및 약가 재평가제도에서의 투명성 확보 등을 주장했다.

이날 시작된 자동차 분야 협상은 예상과 달리 하루 만에 끝났다.

미측은 배기량 기준 세제의 변경을 강하게 요구했고 한국측은 세제 관계는 지방세수와 직결돼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미측은 또 연비 배출가스 기준 등의 표준화,외제차에 대한 소비자 인식제고를 위한 조치 등을 주장했다.

협상단 관계자는 "양측 주장의 간격이 너무 크고 의견을 조정할 여지는 너무 작다"며 "협상 진행이 의미가 없어 양측 입장을 그대로 적는 수준에서 통합협정문을 만들기로 하고 협상을 끝냈다"고 말했다.

한편 김종훈 대표는 내일 시작되는 무역구제 분과에 참석할 예정이다.

무역구제는 미국의 반덤핑 오·남용을 막기 위해 한국측이 제안해 만든 분과다.


○농업 통합협정문 마련 실패

쌀을 포함한 농업과 위생검역분과는 이견이 워낙 커 통합협정문 작성에 실패했다.

농업에서 한국은 농산물 피해를 막기 위한 세이프가드가 필요하며 관세할당제(TQR)도 무역이 저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반해 미국이 완강히 반대,통합협정문 마련이 어렵다는 결론이 났다.

양측은 앞으로 논의를 계속해 2차 협상 이후 통합협정문 작성을 모색키로 했다.

김 대표는 "미국은 호주와의 FTA협상 때 자국 농업 보호를 위해 세이프가드 조항을 넣었다"며 "관세할당도 오래 전부터 운영돼 왔을 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도 인정하고 있다"며 양보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금융분과는 다뤄야 할 내용이 많은 데다 양측 간 입장차도 커 2차 협상 전까지만 협정문을 작성키로 미뤘다.

다만 쟁점인 국경 간 거래는 소비자 보호가 중요하다는 한국 입장에 미국이 이해를 표시했으며 신금융서비스는 국내법 및 감독당국의 허가제가 유지되는 조건에서 허용하자는 한국 주장을 미국측이 확인했다.

한편 원산지 분과의 경우 '개성 공단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과 관련,역외 가공방식 인정을 요구한 한국 입장을 '괄호'로 넣어 통합협정문을 만들었다.

추후 협의를 통해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워싱턴=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