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가 부자들이 주택 수를 줄이려는 동인으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중견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또 부동산 값을 잡으려면 조세정책보다는 고용,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가경쟁력 제고방안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인 '국가경쟁력플랫폼'은 1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부동산 소유 구조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소득보다 자산불평등이 심각

노영훈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3년 통계청 도시가계조사 자료상의 7819가구를 대상으로 이들을 총소득 및 주택자산가액에 따라 10분위를 나눠 보면 최저계층 대비 최고계층의 총소득은 10배인 반면 주택재산가액은 27.8배에 달해 주택자산의 분포가 포괄적 소득의 분포보다도 더 불평등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03년 소유지가분포를 보면 1993년과 비슷하게 상위 1%가 총 토지액의 23%,5%가 44%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3년 종합토지세가 도입됐지만 토지소유집중도가 그대로인 것은 종토세가 기본설계 취지와 달리 토지소유 구조변화를 유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노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1960년대 이후 급속히 부동산 소유가 집중화된 것이 큰 문제"라며 "그러다보니 빈부격차와 양극화가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또 투기열풍이 거세지면서 정상적인 투자가 위축되고 성장동력이 낮아지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월급쟁이 부담만 가중

최경수 KDI 연구위원은 "소득 격차가 벌어지면서 불공평이 늘어나니까 조세 정책의 욕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 양극화는 미시적 문제인데 여기에 경기부양 등 거시적 해결 방법을 모색하다보니 자산의 불평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영훈 선임연구위원은 "종부세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 세금 부담을 높이면 부동산을 줄여나갈 것이라는 취지로 도입됐다"면서 "그러나 토지와 자본이 결합된 부동산은 생필품적인 성격 때문에 공급 탄력이 제한된 곳에선 세부담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종부세는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종부세를 국세로 매기면 소득세 개념이지만 집값이 떨어지면 낸 세금을 소득세에서 환급한다는 등의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도 "강남 부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종부세 부담도 양극화되고 있다"며 "기존에 다른 소득이 많은 70∼80%는 종부세를 신경도 쓰지 않지만 봉급생활자나 은퇴자들은 크게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이런 사람들이 20∼30%에 불과한 만큼 종부세가 정책 효과를 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성장동력 확충이 근본 해법

노영훈 선임연구위원은 "주택에 대한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임대소득세,주택처분에 따른 양도소득세 등 세제를 개편할 때 보유 주택 수나 보유가액에 따라 차등과세하는 것보다는 다른 소득까지 감안해 차등과세하는 접근방법이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필상 교수는 "형평성 제고에서 조세정책보다 중요한 것은 고용기회 제공 등 성장동력 확충"이라며 "조세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세체제 일원화 및 효율화 △고용기회 확대 및 성장잠재력을 확충을 전제로 한 과세 △주식 채권 등을 재산증식 수단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금융시장 육성 등을 주장했다.

김광두 서강대 교수도 "조세정책만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없다"며 "거시경제에서 성장률을 높여야 돈의 흐름이 부동산에서 제조업,서비스업으로 가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된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정리=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