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으로 부를 거머쥔 중동 산유국들이 국제 석유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려 하고 있다.

두바이에서 만난 투자 공사 두바이 홀딩스의 사이드 알 문타피크 사장은 "올 11월 역사상 처음으로 두바이에 아랍 원유시장이 개설된다"며 "믿을 수 있고 효율적이며 국제적인 시장이 형성되면 중동 원유의 국제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동에 세계 원유 매장량의 65%가 집중돼 있지만 거래가 제한돼 있어 지금까지 국제 표준 가격은 유럽 브렌트유가 결정했다"면서 "앞으로는 중동 원유로 대체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바이상품거래소는 일단 오만산 원유로 선물 거래를 시작해 점차 천연가스,전기,알루미늄 등 원자재로 품목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선물 거래 개시가 국제 유가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SK㈜ 두바이지사의 윤석현 과장은 "시장에서 공급과 수요의 원리에 따라 적정 가격을 찾아가는 WTI나 브렌트유와 달리 중동산 원유는 가격에 왜곡이 심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중동산 원유는 벙커C유가 많이 포함돼있어 WTI보다 품질이 떨어지고 상품거래소가 생기더라도 오만 이외의 중동 산유국이 참가할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반드시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동산 원유 가격이 저평가된 이유 중 하나가 재판매가 안 되는 등 거래에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유가 상승 요인이 없다고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