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2000년대 들어 나타난 세계경제 성장세로 인해 급격하게 역할이 축소되면서 정체성 위기를 겪고 있다.

IMF는 1944년 창설된 이후 국제 금융계의 소방수로 역할하면서 지난 1990년대 한국과 멕시코, 터키 등의 금융위기 해결에 기여했지만 세계경제가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이제는 IMF의 문을 두드리는 고객을 찾기 힘들어졌다.

또한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제시했던 혹독한 경제정책에서 벗어나려는 국가들이 부채를 조기상환하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국제금융계의 소방수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가 됐다는 것.
실제 IMF의 차관제공 규모도 350억달러에 불과, 지난 198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한 결과로 IMF가 국제금융계에서 영향력을 급속하게 상실해가고 있다는 것이 21일(현지시간)자 월스트리트저널의 전언이다.

저금리와 미국의 소비자지출 확대와 원자재에 대한 아시아국가들의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세계경제 성장세가 무너지면 다시 IMF의 문을 두드리는 국가가 나타날 수 있지만 적어도 현재는 IMF의 존재가치를 찾기 힘든 상황이 됐다는 것.
한편으로는 제공한 차관의 감소가 이자수입의 급감으로 이어지면서 향후 3년 간 근 6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적자보전을 위해서는 근 90억달러에 이르는 현금보유고에 손을 데야 할 상황에까지 몰리고 있다.

IMF는 이미 직원수를 제한한 데 이어 인플레율에도 못미치는 예산편성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제까지 무료였던 기술자문에 대가를 요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기를 겪던 나라에 요구했던 가혹한 긴축정책을 자신들이 도입해야하는 지경에 빠지면서 IMF의 사업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로드리고 라토 총재의 지적처럼 IMF가 '차관제공자'에서 '신뢰할 수 있는 조언자'로 변신을 모색하면서 '강요의 시대'를 뒤로 하고 '설득의 시대'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저널은 23일까지 열리는 IMF-세계은행 춘계 연차총회에서 IMF 개편안이 집중논의된다면서 금융위기를 겪던 나라에 가혹한 개혁을 요구하던 IMF가 이제는 가혹한 개혁요구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김계환 특파원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