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급속히 긴축기조로 접어들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다음달에도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도 5년만에 '양적완화정책'을 포기키로 공식 발표한 상황이라 금리 인상은 시기선택만 남았다.


◆전보다 더 강해진 FRB


벤 버냉키 FRB의장이 취임후 처음으로 주재한 28일(현지시간)의 FOMC는 지난 1월말 회의때보다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더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작년 8월 이후 써왔던 "근원 인플레이션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는 표현을 삭제하는 대신 "에너지와 여타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아직까지는 근원 인플레이션에 완만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말을 사용했다.


'인플레이션이 낮다'는 단정적인 표현을 삭제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우려를 간접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와 함께 '여타 원자재가격의 상승세'도 물가에 미치는 압력 요소 중 하나로 추가했다.


전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세와 높은 자원활용도'만을 압력 요소로 언급했었다.


월가에서는 이로 미뤄 오는 5월10일 열리는 FOMC에서도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경제지표를 중시하는 버냉키 의장의 속성상 1분기의 각종 경제지표가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 이날 선물시장에서 오는 5월 추가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FOMC 발표 전에는 74%만 반영됐으나 발표 후에는 94%로 상승했다.


◆세계의 통화긴축 심화될듯


FRB의 금리 인상 행진이 지속됨에 따라 세계 경제의 긴축 기조는 심화될 전망이다.


지난 2일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5%로 인상했던 유럽중앙은행은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독일의 체감경기가 크게 개선된 데다 지난 16일 발표된 유로존의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2.3% 상승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탓이다.


물가상승률 2.3%는 ECB가 설정한 올해 목표치 2.2%보다 높은 수준이다.


2003년 6월 이후 연 2.0%를 유지해 오던 ECB는 작년 12월 기준금리를 2.25%로 인상한 뒤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5년 동안 유지해온 양적완화정책을 해제한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다만 금리 인상 시기는 좀 미루기로 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 국채 수익률이 상승세를 나타내는 등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선 조기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경제대국들이 긴축 기조로 돌아섬에 따라 다른 나라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이 지난달 콜금리를 올린 것을 비롯 캐나다 홍콩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올 들어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리며 통화긴축에 가세했다.


이로써 2000년 이후 지속됐던 세계적인 저금리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통화긴축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