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자본에 대해 쓰지만 말고 얼마라도 자본을 모으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마르크스의 어머니는 아들을 두고 이렇게 탄식했다고 한다. 이런 탄식은 지난 세기 후반기에 기성세대가 운동권이라 불리는,불타는 의지의 자식 세대에게 했을 만한 넋두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기성세대는 좌측 성향을 지닌 젊은이들에게 항상 현실만 강조해왔지 이론적 혹은 사상적으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기성세대의 논리는 대개 경험적이어서 "너희들은 굶어보지 않아서 몰라!"이거나 "너희들도 나이 먹어봐라!" 식이었다. '자본주의의 매혹'(제리 멀러 지음,서찬주·김청환 옮김,휴먼앤북스)은 바로 세상의 한 면만 보고 모든 것을 재단하려는 좌우 성향의 사람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제도인 자본주의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게 해주는 아주 매혹적인 책이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오히려 이기심에 기초한 인간의 상업적 교환 행위가 인간 세상을 평화롭고 풍요롭게 한다고 말했다. 개가 자신의 음식물을 교환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오로지 인간만이 상품을 거래한다. 이 시장경제 속에서의 교환이야말로 전쟁과 악행을 종식시킬 수 있는 원천이라고 애덤 스미스는 생각했다. 하지만 스미스와는 달리 자본주의에 비판적인 사상가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자본주의는 이기심과 끝없는 욕구를 조장해 늘 인간을 불행하게 하고(루소),수단과 목적을 전도시키며(아널드),부자가 되려는 목표로 속임수와 거짓이 판치게 되며(퇴니스),공적 이해와 사적 이해를 분리해 사람들의 도덕심을 감소시키고(뫼저),노동 분업으로 일면적이고 기형적인 인간을 만들어낸다(실러)는 탄식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탄식은 마르크스에 의해 이루어졌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인간의 노동을 소외시키며,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제도라고 극명하게 말하고 있다. 반대로 이 책은 자본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볼테르,애덤 스미스,슘페터,하이에크 같은 사상가들을 출현시켜 자본주의의 장점과 그 발전의 원동력을 찾아내기도 한다. 즉 이 책은 좌우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자본주의 사상의 핵심을 파악하고 자본주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고찰한 무게 있는 역저다. 이 책은 이제 막 글로벌화하는 한국 경제체제에서 참고하고 각인해야 할 대목을 많이 품고 있다. 정책 입안자,정치인,학자,기업인,노동자,학생 등은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 거의 모든 것을 이 책에서 빼내 활용할 수 있다. 또 돈과 시장 경제에 대한 완벽한 설명이며,한국의 경제 현실 속에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나침반과 같은 매력을 발산한다. 이 창고 속의 보물을 누가 차지할 것인가? 680쪽,3만5000원.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