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수입차업체들이 천만원이 넘는 할인을 내세우며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단기간에 판매량을 늘려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지만 출혈경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그동안 폭리를 취해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최고 2천만원까지 할인 = 20일 업계에 따르면 볼보코리아는 이달 말까지 럭셔리세단 S80을 현금으로 일시불 구매하는 고객에게 최대 21%의 할인혜택을 주기로 했다. 가장 고가인 S80이그제큐티브는 정상가에서 1천762만원(20%) 할인된 6천921만원, S80 2.9는 1천493만원(21%) 할인된 5천689만원에 각각 구입할 수 있다. 또한 320만원 상당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무상으로 장착해주니 S80이그제큐티브의 경우 소비자가 받는 혜택은 2천만원이 넘는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대부분 차를 할부로 사는 국산차 고객과 달리 수입차에는 현금 일시불로 사는 고객이 적지 않다"면서 생색내기 이벤트가 아님을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도 파격 할인이벤트에 뛰어들었다. 이달 말까지 스포츠카인 SL500와 CLK 350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등록세 5%에 해당하는 금액을 깎아주기로 했다. SL500의 경우 차값이 2억원에 육박해 1천만원 가까이를 할인받는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봄철을 앞두고 스포츠카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돼 일시적으로 프로모션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좀처럼 할인에 나서지 않는 BMW코리아도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주력 모델인 5시리즈의 523i는 취득세, 525i와 530i는 등록세를 지원해주고 SUV(스포츠유틸리티차) X5는 등록세와 취득세에 해당하는 금액을 깎아준다. 할인폭이 525i와 530i는 400만원 안팎, X5 4.4i는 8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도요타코리아도 이달 말까지 ES330을 현금 일시불 구매하면 취.등록세에 해당하는 400만원을 깎아주고 RX330은 취득세(120만원)를 지원한다. 나머지 업체들도 특소세 인상분 지원 등으로 수백만원을 깎아주거나 선물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 출혈경쟁 우려..폭리 지적도 = 업계에서는 그동안 할인행사가 종종 있어왔지만 이처럼 여러업체가 천만원 이상을 선뜻 깎아준 적은 없었다. 특히 볼보코리아의 20% 할인은 업계에서도 너무한다는 반응이다. 한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신차 출시를 앞두고 매출이 줄어드는 구 모델에 대해 한시적으로 할인행사를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파격 할인은 좀처럼 없었다"면서 "출혈경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수입차업체의 경우 판매 마진율이 20-25% 정도여서 S80은 거의 남는 것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마케팅이 호응을 얻어 물량을 다량 들어오면 규모의 경제로 인해 할인해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서 "파격적인 할인으로 판매대수를 끌어올려보고자 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업체들이 거의 마진을 포기한 채 판매경쟁을 벌이는 것은 수입차 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 년간 아우디와 혼다, 닛산 등이 새로 법인을 설립,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으며 상당수 업체들이 신차 가격을 낮추며 고객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1-2년 정도면 수입차 시장도 어느정도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금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이 퍼져 무리하다싶을정도로 판매에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렇게 가격을 파격적으로 깎아주는 것은 그동안 폭리를 취해왔다는 점을 업체 스스로 자인한 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