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배기 딸을 둔 김평기씨(가명)는 3년간의 미국 주재원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김씨의 딸을 본 부모님과 친척들은 아이가 기어다니면서 어떻게 재롱을 떨었는지 궁금해했다. 김씨가 이들에게 꺼내 놓은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자동 영상기록 기기인 센스 캠(Sense Cam). 작동 버튼을 누르자 아이가 일어서려다 넘어지는 모습,엄마를 부르기 위해 웅얼웅얼거리는 입 모양새 등 원하는 장면이 다 나왔다. 김씨가 부모님을 위해 일부러 아이의 동영상을 찍은 게 아니다. 김씨의 아이는 그냥 센스 캠을 몸에 지니고 있었을 뿐이었다.' 빌 게이츠 MS 회장이 디지털 기술의 총화로 떠오를 것이라고 제시한 센스 캠으로 실현될 미래의 모습을 그려본 것이다. 게이츠 회장은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구상하는 디지털 세계의 앞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센스 캠의 등장을 가장 큰 변화로 들었다. 그는 "센스 캠은 사용자가 '이것은 찍고 저것은 찍지 말라'는 생각을 할 필요없이 자동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기록하고 필요할 때 그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제든지 과거의 일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인공지능 영상기록 기기인 것이다. 게이츠 회장은 미래 디지털 기술의 하이라이트가 될 '버추얼 어스(Virtual Earth)'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인공위성과 비행기,자동차 등에서 촬영한 사진을 모아 전 세계 구석구석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가상의 지구를 만드는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사람들은 자신이 가보고 싶은 곳에 와 있는 것처럼 현장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MS는 작년부터 버추얼 어스의 시험 서비스를 시작해 인터넷으로 일부 지역의 위성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게이츠 회장은 "6개월에 1주일 정도는 IT(정보기술) 세상의 미래에 대한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에 쓰고 있고 MS의 수많은 인재들이 디지털 세계의 미래상을 좌우할 기술과 제품을 구상해 내놓는 수백권의 보고서도 검토한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