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저가항공사들의 운행 지연이 속출해 항공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교통부가 지연 운행이 많은 동남아 저가항공사에 대한 특별 안전점검을 벌여 주목된다. 건교부는 최근 태국 타이스카이 항공 등 3개 외국 저가항공사들에 대해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했다고 7일 밝혔다. 건교부는 또 점검 결과 외국 저가항공사들의 안전 관리에 문제점이 드러남에 따라 이들 항공사에 대해 시정 지시를 내리고 관련 내용을 소속국 정부에 통보해 항공안전관리 강화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번 점검은 국내에 운항하는 일부 저가항공사의 잦은 항공기 고장 및 지연운항으로 탑승객의 불편이 초래되고 안전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됐다. 건교부는 우선 최근 4개월간 지연 운항율이 높은 타이스카이 항공 등 동남아 저가항공사 3개사에 대해 6명의 항공안전감독관을 투입해 2월16-23일 안전조사를 벌였다. 점검 결과 기준 위반 사례가 태국의 타이스카이 7건, 오리엔트타이 4건, 캄보디아의 로얄크메르 7건 등 18건이 발견됐다. 타이스카이 항공은 일부 조종사가 비행시간 제한규정인 한달 110시간을 초과해 운항했으며 항공기에 탑재하는 예비부품 목록과 실제 탑재 부품의 현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국내에서 정비를 지원하는 정비사가 태국 정부가 발행한 정비사 자격증이 없었으며, 항공기 정비 매뉴얼 및 정비용 점검표도 비치하지 않았다. 오리엔트타이 항공은 운항규정 등 안전관리 매뉴얼 관리가 미흡했고 소화기와 산소통 일부가 파손되는 등 항공기내 비상 장비 관리가 소홀했으며, 승객 비상상황 대처 브리핑 카드가 운항 기종과 다른 것이 비치되기도 했다. 로열크메르 항공은 엔진오일 등 안전조치가 필요한 위험물질을 화물칸에 방치, 보관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탑재 화물을 고정하지 않는 등 화물탑재 방식도 부적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공기내 소화기와 산소통 등 비상장비 관리에 소홀했고 인천공항의 비행정보가 수록된 최신 노선지침서 등을 갖추지 못했다. 이는 운항경험 미숙과 비용절감 위주 경영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사항이었다고 건교부는 설명했다. 건교부는 항공기 고장과 지연운항율이 비교적 높은 다른 외국 항공사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외국 항공사에 대한 종합적인 항공안전관리 강화프로그램을 수립 시행할 계획이다. 건교부는 외국에 자국 항공기의 안전 문제를 거론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외교 문제와 연결돼 있는 만큼 외교 관계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시정을 요구하기 위해 외교통상부 등 관계 기관과 면밀히 협의하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외국 저가항공사들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한 데는 우리 나라에 취항한 외국 저가항공사들의 안전문제가 `도를 넘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캄보디아 시엠립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던 현지의 한 저가항공사 소속 항공기가 기체고장으로 출발하지 못해 다른 비행기도 잇따라 결항되면서 한국인 관광객 300여명이 제때 비행기를 타지 못해 피해를 입었다. 앞서 2월 13일에는 태국의 2개 저가항공사 소속 항공기들이 기체 결함으로 운항이 지연되는 등 저가항공사의 운행 지연이 줄이어 발생해 저가항공사 안전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건교부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항공기 고장 등으로 인한 1시간 이상 지연 운항율은 타이스카이 항공이 106편 중 15편이 지연돼 14%를 기록했고 오리엔트타이 항공은 7%(314편중 22편 지연) 로열크메르 항공은 11.5%(26편중 3편 지연) 등을 기록했다. 이 기간 대한항공은 0.08%(4만7천720편중 37편 지연), 아시아나 항공은 0.14%(3만3천139편중 47편 지연)의 지연 운항율을 보였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사고가 많이 발생한 외국 저가항공사의 `블랙리스트'를 뽑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성권 의원 등 12명의 국회의원은 항공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거나 국제민간항공기구의 안전기준에 미달해 항공사고의 위험도가 높은 외국 항공사의 명단을 건교부가 작성해 공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항공법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