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 전역에 올 한 해 치열한 영업전이 예고되고 있다.


시중 은행장들이 직접 나서 영업점장들에게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라"는 특명을 내리는가 하면 한동안 적자의 늪에서 헤매던 신용카드 업계는 올 한 해를 '재도약의 해'로 선언했다.


소액 신용대출 부문의 부실로 어려움을 겪던 상호저축은행 업계는 상위권 업체를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보험업계에선 또 다시 시작된 상장 논의를 계기로 상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한편 새로운 보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마케팅 경쟁도 치열하다.


이처럼 금융권 전반이 영토 확장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신상품 개발 경쟁도 분주하게 펼쳐지고 있다.


각 금융회사들은 다른 회사들이 지금까지 내놓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의 신상품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금융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하고 있다.



[ 은행 ] 복합예금 판매 강화


연초부터 금리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주식시장이 조정받을 움직임을 보이자 시중 은행들은 고금리 정기예금에 투자 상품을 얹어서 판매하는 복합예금이나 지수연동예금을 중심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신탁상품 쪽에서는 파생상품 기법을 도입해 일반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전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영업전이 치열하게 진행됨에 따라 올 초에는 시판되는 신상품의 숫자가 하루 한 개에 달할 정도로 많은 게 특징이다.


국민,우리,신한(조흥),하나,외환,기업,씨티,SC제일은행 등 8개 주요 시중은행이 올 들어 내놓은 신상품은 약 5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시판 경쟁이 특히 치열한 분야는 여신 쪽의 중소기업 및 자영업자 대상 대출상품이다.


지난해 8·31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된 이후 개인 대신 중소기업들이 은행 대출 쪽의 주요 자금 운용처로 떠오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수신 쪽에서는 예금,펀드,카드 등이 연계된 복합 금융상품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는 연 5% 이상의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에 주가지수연동예금(ELD)을 합쳐서 판매하는 상품이 많다.



[ 보험 ] '독창 상품'이 경쟁력


보험업계에서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상품이 급증하고 있다.


배타적 사용권이란 말 그대로 한 보험사가 신상품을 시판하면 다른 보험사가 그 상품 내용을 그대로 베낄 수 없도록 독점권을 갖는 것.보험 상품의 지식재산권인 셈이다.


지난해 생보사들은 총 10건의 배타적 사용권을 생명보험협회에 신청했으며 이 가운데 7건이 3개월간의 독점적인 사용권을 부여받았다.


생보사들은 올 들어서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독창적인 보험상품을 개발,잇따라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하고 있다.


특화상품 개발,신시장을 개척하는 블루오션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 달 사이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한 생보사는 금호,대한,신한,알리안츠 생명 등 4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금호생명은 국내 최초 '당뇨클리닉 보험'에 대해 3개월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신한생명은 최근 나이와 상관 없이 보험료를 동일하게 내면서도 똑같은 보장을 받는 '해피라이프 종합설계보험'을 내놓고 독점 사용권을 신청했다.


요즘엔 주가지수나 금리스와프와 연계된 '파생보험상품'도 나오고 있다.


알리안츠생명이 이달 초 주가지수 연동형 상품인 '알리안츠 파워덱스 연금보험'을 내놓았고 대한생명은 옵션 스와프 등을 활용해 구조화된 수익률을 제공하는 '플러스찬스연금보험'을 곧 선보일 예정이다.



[ 신용카드 ] '틈새' 상품에 집중


최근 몇 년간 유동성 위기로 고생하다가 지난해 '턴 어라운드'에 성공한 카드업계 또한 연초부터 신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요즘 나오고 있는 카드 신상품은 대부분 틈새시장 공략을 노리고 개발된 것이다.


1인당 3장 안팎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게 일반화된 현실에서 2∼3년 전처럼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메이저 카드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 이 같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카드업계는 특히 소득 수준이 높은 프리미엄 상품,로열티가 많은 마니아용 상품 등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현대카드와 신한카드다.


지난해 초 연회비 100만원짜리 '더 블랙(the Black)'을 내놓으며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현대카드는 올해에도 연회비 30만원짜리 '더 퍼플(the Purple)'을 선보여 연봉 1억원을 넘는 고소득 샐러리 맨들을 정조준했다.


신한카드의 경우 팬클럽 카드를 잇따라 선보이며 마니아층을 공략하는 케이스.박지성의 입단으로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의 제휴 카드인 '신한 맨유 마스타카드'를 선보인 데 이어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수 비의 팬클럽 회원을 대상으로 한 카드도 내놨다.



[ 저축은행 ] 서민 금융업계도 상품 다양화


상호저축은행 캐피털 등 서민 금융회사들이 선보이는 상품의 특징은 '단순하다'는 것이다.


업무 영역이 여신 또는 여·수신으로 한정돼 있어 서민 금융회사들이 개발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에도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다른 금융권과 마찬가지로 서민 금융업계 역시 올 한 해 공격 경영을 선언하고 신상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한정된 업무영역 안에서 최대한 창의적인 상품을 개발하는 데 '올인'하는 분위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서민 금융업계의 시장선점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분야는 전세자금 대출 쪽이다.


지난해 9월 외국계 캐피털 회사인 GE머니가 신상품을 내놓고 과감한 마케팅 드라이브를 걸자 솔로몬저축은행 알리안츠생명보험 등 제2금융권 회사들이 잇따라 전세자금 대출 상품을 내놨다.


저축은행 업계에서는 주식담보대출 상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국,진흥,경기저축은행 등 계열 3사가 'KS스탁론'을 내놓은 데 이어 대영저축은행도 관련 상품을 선보였다.


수신 쪽에서는 공익성을 접목시킨 아이디어 상품들이 눈에 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최근 서울시가 운용하는 승용차 요일제에 참여하는 고객에게 보너스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적금 상품을 내놨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