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해적' '냉혹한 협상꾼'.칼 아이칸을 수식하는 말이다. 그는 1980년 이후 굵직한 전과를 곳곳에서 올렸다. 미국 정유회사 텍사코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해 18개월 만에 5억달러의 이익을 남긴 것을 비롯 정크 본드로 분류되던 RJR나비스코의 회사채를 사들여 막대한 이익을 남기기도 했다. 미국 항공사인 TWA와 미 최대 철강업체인 USX를 적대적인 방법으로 인수해 세상을 놀라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타임워너가 아메리칸 온라인 지분 5%를 구글에 매각하기로 하자 타임워너의 주주 자격으로 인수 작업에 제동을 걸기도 했다. 그의 돈에 대한 감각은 동물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1999년 인터넷주가 천정부지로 오를 때 그는 남들과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인터넷주를 공매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것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나중에 싼값으로 이를 매입해 갚는 방식이다. 주가가 오른다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아이칸은 인터넷주의 거품에 주목해 공매도 물량을 늘려나갔고 한때 6000만달러의 손실을 보기도 했지만 결국 인터넷주의 거품 붕괴로 큰돈을 벌었다. 그의 투자 특징은 일단 주식을 매집한 뒤 기업의 지배구조 등을 물고 늘어지는 데 있다. 기나긴 소송도 불사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아이칸이 주식을 사들이면 두려워하곤 한다. 1936년 미국 뉴욕생인 아이칸은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증권회사인 드레이퍼스에 입사했다. 1968년 창업한 뒤 옵션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고 아이칸 마스터펀드 등의 대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KT&G의 대주주가 된 아이칸 마스터펀드는 케이맨 제도에 소재한 투자조합으로 자산 규모가 15억달러를 넘는다. 또 아이칸 파트너스펀드는 11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갖고 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