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달부터 경제가 불안하다. 주가, 환율, 집값, 유가 등 한국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가격들이 균형을 잃은 듯한 모습이다. 24일 오전 금융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980원선아래로 내려왔으며 코스닥시장도 전날의 급락세에서는 벗어났으나 하락기조의 범위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또 중동산 두바이유는 전날 배럴당 60.78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울러 8.31대책이 발표된지 5개월 가량이 지났으나 강남의 주요 재건축단지의 집값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주가가 조금 불안하지만 당국자로서 언급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주가의 이런 현상은 연초면 반복되곤 했다.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국제유가 불안은 수요-공급보다는 정정불안 때문이다. 수급여건으로 보면 작년보다 변동폭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란문제를 비롯한 정정불안 요인이 추가됐다. 좀더 들여다 봐야 한다. 연초에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정한 기미를 보인다고 해서 올해 경제성장에 큰 영향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소비를 비롯한 속보지표를 보면 경제상태는 좋은 편이다. 현 단계에서 올해 경제전망을 수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더욱이 최근에는 심리적 요인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 정부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필요하면 탄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민성기 한국은행 조사총괄팀장 유가가 이란과 나이지리아 등 지정학적 요인들로 인해 애초 전망했던 것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 주요 유가 예측기관들도 올해 연평균 유가 전망치를 작년말 예측치보다 배럴당 2∼4달러 정도 높게 수정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유가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주식시장은 조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 특히 코스닥은 그동안 특별한 재료없이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주식시장이 급변한다고 해서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실패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개입은 필요하지만 과도하고 무리한 개입은 시장의 혼란만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은 세금 측면에서 고가 아파트 등을 팔 경우 막대한 세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보유하자는 심리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지 않을까하는 근거없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을 강남에만 초점을 맞춰서 볼 필요는 없고 전국 평균을 볼 필요가 있다. 강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강남에 공급 물량을 늘리거나 강남 소재 주택을 팔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수는 없는 만큼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정부의 접근 방식을 바꿀 필요도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 각 연구기관들은 올해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리스크가 크게 악화되지 않을 경우를 전제로 했다. 우리 경제는 대외여건에 취약하다. 투자가 활발한 것도 아니고 가계가 건전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경기회복을 정착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당연히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유가는 서부텍사스중질유 기준으로 70달러를 웃돌면 올해 4.7%의 경제성장은 어려울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960원까지는 내려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절상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환율이 절상되면 물가안정에는 도움이 되지만 수출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되고 이는 성장세 약화로 이어진다. 주가는 계속 급락하면 자산효과에 영향을 줌으로써 소비에 부담을 준다. 부동산시장이 불안하면 자금의 단기부동화가 심화되고 정부가 또다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건설경기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준다. ◇지동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식시장 조정이 예상보다 빨랐고 조정폭도 예상보다 컸다. 그러나 주식시장 급락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유럽 등 전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급락세도 어느 정도 진정되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주식시장이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을까 하는 점인데 별다른 악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외환시장도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부각되고 있지만 약달러 현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공통된 사항이다. 또 어제 오늘 새롭게 부각된 이슈도 아니다. 국내 기업도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오랜 시간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기업이익이 다소 줄어들 수는 있지만 기업 생사를 결정하는 변수는 아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움직임에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 다만 부동산시장은 실물경제에 매우 위협적인 요인이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주식시장이 단기급락했지만 이는 과다하게 누적된 미수금과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던 데 따른 조정으로 보인다. 주식시장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 환율 문제도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이익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지만 체감경기 회복에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다. 전체 경제에 영향을 줄 만한 것은 국제유가다. 현 수준의 국제유가는 올해 4%대 후반의 경제 성장률을 전망할 때 전제가 되는 수준을 웃도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수준이 계속된다면 올해 목표 성장률 달성은 어렵게 된다. 그러나 국제유가는 통제가능한 변수가 아니어서 사실상 속수무책에 가깝다. 해유전 개발 등 원유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이는 장기적 과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박사 환율, 유가, 주가 등 가격지표의 기조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 추세는 아니다. 환율은 최근 4∼5년간 연초 효과가 있었고 절상기조는 대부분 전망했던 사안이며 유가 역시 정제시설 등 공급능력이 제한돼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성장세가 멈추지 않으면서 어느 정도의 상승세는 예상됐다. 주식시장도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기 보다는 연기금 참여, 적립식 펀드 등 유동성 장세 성격으로 조정 성격이 짙다. 가격지표 불안에 대해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당장 거시 전망치를 바꿀 만한 상황은 아니다. 예를 들어 환율은우 연평균 두자릿수의 하락률을 보이는 등의 근본적인 환경 변화는 없는 상황이며 환율 하락은 지난해처럼 유가 상승을 상쇄하면서 물가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 가격지표의 움직임이 당초 예상보다 속도가 가파른 측면은 있어 보인다. 예를 들면 환율 절상폭이나 유가 상승폭이 그렇다. 이는 결국 올해 경제 전망의 전제조건인 가격변수의 안정이 흔들리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는게 사실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 기업의 채산성에 영향을 줄 것이고 유가 상승은 물가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그러나 아직 1월이고 수시로 움직이는 가격지표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 힘든 만큼 경제 전망에 대한 영향을 논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가격 변수가 긍정적, 부정적인 측면이 각각 있는만큼 최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살리는게 필요하다. 특히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보다는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해 보인다. 정부의 역할은 미세조정에 그치는게 바람직하다. ◇조종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 당장 물가 등 거시 경제가 불안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경제회복의 강도가 약하기는 하지만 불안하다고 평가되지 않는다. 주가가 떨어지면 부의 효과가 발생,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지만 현재의 환율수준에서는 수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외환시장이나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