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16일 김익환 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하고 후임에 조남홍 화성공장장 부사장을 승진 발령하는 등 사장을 교체한 배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사장 교체는 현대차그룹이 최근 일부 계열사 부회장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김 전 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채 1년도 되지 않아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전 사장은 성균관대 상학과를 졸업한 뒤 77년 옛 현대그룹에 입사, 고려산업개발 이사와 현대산업개발 사업개발ㆍ홍보담당 상무, 기아차 홍보실 부사장 겸 국내영업본부장, 기아타이거스 대표이사 등을 거쳐 올해 1월 사장으로 승진, `홍보맨' 출신 CEO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왔다. 그는 올해 3월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뒤 공장과 영업본부 등 생산과 판매 총괄을 맡아왔다. 기아차측은 이에 대해 "전체적인 틀 속에서 분위기 쇄신을 위한 차원이지 문책성은 아니다"며 "이전 사장들도 대부분 1년 남짓 만에 교체된 만큼 전격적인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이 어제 정몽구 회장과의 면담에서 인사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전 사장이 면담후 `문책인사는 아니며 좋은 관계속에서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장 교체는 매년 파업 등으로 몸살을 앓아온 기아차가 노사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차는 "이번 인사는 현장중시의 경영원칙이 반영됐으며 이를 계기로 노사가 협력하는 기반을 조성하고 지속적인 수출 확대 및 내수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 노조가 8월29일부터 12일까지 부분파업을 벌여 생산차질이 2만9천671대, 매출손실은 4천273억원에 달하며, 400여개의 1차 부품 납품업체를 포함한 전체 6천여개에 이르는 협력업체들도 약 4천68억원의 매출손실을 입는 등 매년 노조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이에 따라 오랜 현장 경험을 갖고 있는 조 사장을 전진배치함으로써 임금협상에 단체협상까지 겹친 내년도 노사교섭에서 노사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신임 조 사장은 1977년 현대정공에 입사한 이래 현대다이모스 서산공장장 부사장과 부평공장장 부사장, 기아차 화성공장장 부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생산현장을 두루 경험해 왔다. 기아차 관계자는 "김 전 사장이 올해초 사장으로 선임돼 채용비리 사건 때 원만한 대인관계와 친화력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며 "그러나 내년에는 임.단협을 앞두고 있어 현장 경험이 많은 조 사장이 적임자로 판단돼 배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인사가 최근 현대차그룹이 단행한 일련의 경영진 세대교체 바람과 맞물려 조직 정비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그룹 기획총괄담당을 맡다 현대모비스 부회장으로 옮긴 이상기 부회장이 물러나고 9월에는 현대모비스 박정인 회장이 퇴임, 한규환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또 11월에는 김무일 현대INI스틸 부회장이 사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인사는 세대 교체나 조직 정비를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 사업부문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aup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