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파생금융시장이 폭발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파생기법을 결합한 각종 신상품이 봇물을 이루면서 치열한 전문가 영입경쟁이 한창이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진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인들이 국내시장을 선점,거래를 주도하는 데 비해 국내 금융회사들은 아직 초보적인 '돈놀이'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진화하는 파생금융상품 파생시장은 확대일로다. 증권사의 대표적 파생금융상품인 ELS(주가지수연계증권)가 올 들어 11월까지 지난해 연간 판매액(5조6100억원)의 두 배가 훨씬 넘는 12조9000억원어치가 팔리는 등 월평균 1조원 이상 팔려 역사상 가장 성공한 증권사 상품으로 꼽힐 정도다. ELS,ELD 등 주가연동상품의 선풍에 이어 지난 6월에는 ELS와 기본구조가 비슷하지만 주가 대신 이자율이나 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도 선보였다. 또한 12월부터는 특정 주식이나 주가지수와 연계돼 미리 정해진 조건에 따라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도 열렸다. 금리 및 주가 관련 금융파생상품만을 팔았던 국내 은행들도 정부의 금융규제 개혁방안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 금속이나 원유와 같은 일반상품 파생거래도 가능해졌다. 내년에 법령이 제정되면 날씨나 자연재해 등을 지수화한 파생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투자자 입장에선 그만큼 파생상품의 선택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퀀트를 잡아라 파생상품시장이 확산되면서 금융권은 금융공학으로 무장된 '퀀트(Quant)'를 잡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퀀트는 첨단 파생상품 설계는 물론 헤지 프로그램까지 개발할 수 있는 금융분석가. 특히 올초 한국투자증권과 대우증권 메리츠증권 등이 장외파생상품 설계 전문가들을 임원으로 영입하면서 촉발된 스카우트전은 은행권 전체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 2월 20명 규모로 파생상품사업단을 출범시킨 국민은행은 최근 파생가격결정 전문가와 주식파생 전문가 2명을 스카우트하며 조직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또 지난 2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파생상품 연구계약'을 체결하고 파생상품 업무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파생상품팀 인원을 6명에서 33명으로 늘렸다. 대부분 포항공대나 KAIST 출신들로 채워졌다. 이달 초에는 파생상품 전문 변호사와 트레이딩 전문가 등 2명을 새로 영입하기도 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7월 금융공학 전공 해외 MBA 출신 전문가 2명을 배치해 운용 중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금융공학전문가,옵션전문가,파생전용 시스템 트레이딩 전문가 등 외부 전문가 3명을 영입한 데 이어 1~2명을 추가 채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갈길은 멀다 '64% 대 6.3%.' 외국계 은행과 국내 은행의 올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에서 파생상품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국내 금융사의 파생상품 경쟁력을 분석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변석준 교수는 "국내 은행과 증권사들은 단순한 형태의 주식 및 금리 관련 파생상품을 파는 걸음마 단계"라고 진단한다. 그는 "파생금융상품의 설계와 분석 마케팅 능력이 금융기관의 핵심 역량으로 떠오른 반면 관련 조직과 인력은 크게 미흡한 수준"이라며 "금융기관도 IT 반도체 업체와 마찬가지로 연구개발(R&D) 투자의 중요성을 인식해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처방했다. 파생상품은 투자자에게는 고수익을,기업에는 효과적인 위험관리 수단을 제공한다. 그러나 레버리지가 높아 핵폭탄에 비유될 정도로 위험성 또한 큰 분야인 만큼 리스크 관리능력도 필수다. 윤만호 산업은행 금융공학실장은 "시장에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상품이 나오는 만큼 그때마다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리스크관리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역량 있는 리스크 통제 조직과 시스템 모니터링 조직 및 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