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17일 경주 정상회담과 공동 선언은 △한·미동맹 강화 △9·19 북핵 공동성명 이행 합의 추진 △한·미 경제협력 강화 등 세 가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통해 한·미 양국이 "동맹 간 완전한 동반자 관계를 향해 계속 공동 노력해 나간다"는 것이 경주 선언에 나타난 최종 합의점이다. ◆동맹관계 공고한 발전에 서로 만족 경주 공동 선언은 "한·미 동맹관계가 공고하며 포괄적·역동적·호혜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데 만족한다"면서 "동맹 관계가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 들어 지속된 '한·미 동맹 균열설'에 대해 "지금은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한·미 대화가 활발하고 원활하게 소통되고 있다. 남북 관계도 한국전쟁 이래 지금이 가장 안정된 시기다. 한·미 관계도 지금 가장 대화가 잘 이뤄지며 그것도 그 어느 때보다 내실 있는 쌍방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낙관론을 개진했다. 또 내년부터 한국 외교부 장관과 미국 국무부 장관 간 정기 연례 전략회의를 실시하기로 합의하는 등 동맹 관계의 외형은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대통령이 바로 직전 일본 방문에서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나눈 대화('친구' 지칭) 등과 비교해 보면 한·미와 미·일 관계 사이에는 상당한 온도 차가 느껴진다는 지적이 있다. ◆경제적 유대가 양국 관계의 지주 경제 분야에서는 △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및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에서의 협력 △긴밀한 경제적 유대와 협력 강화가 합의됐다. 또 오찬장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의제가 됐고 양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체결에 노력키로 의견이 모아졌다. 비자 문제도 경제협력 차원에서 거론됐다. 일반 한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가장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현안이다. 한국은 꾸준히 비자 면제를 요청해 왔으나 한국의 거부율이 3.2%로 미국의 주요 면제 요건인 3%를 웃돌아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비자 면제 로드맵 개발에 공동 노력'으로만 합의돼 면제 시점은 아직 예단키 어렵다. 다만 '비자 문제가 양국의 공고한 동반자 관계를 반영하고 있고 교류 증진과 상호이해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됨에 따라 일정 정도 속도는 낼 것으로 기대된다. 부시 대통령도 "주한 대사의 보고를 받아 잘 알고 있다"며 배석한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정상회담에서는 FTA에 대한 포괄적 협의만 있었을 뿐 쇠고기 수입 확대나 스크린쿼터 축소 등 한국이 꺼리는 통상 현안들이 아예 언급되지 않아 이번 선언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통상 갈등은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다. ◆경주선언,북핵해결 돌파구 될까 노 대통령 취임 후 다섯 번째인 이번 정상회담은 기자회견-오찬-불국사 방문까지 네 시간 동안 진행됐다. 앞서 네 번의 회담보다 가장 긴 시간이다. 양 정상은 지난 9월 베이징의 4차 북핵 6자회담에서 합의된 공동 성명에 큰 의미를 두면서 조기 이행을 촉구했고 빈틈없는 공조 체제도 대외적으로 과시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에서 부시 대통령이 경수로 등 대북 지원과 관련,"문제가 되는 것은 경수로인데 북한이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이 검증 가능하도록 포기한 후가 적절한 시점"이라고 말해 선(先)지원을 요구하는 북한과는 여전히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주=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