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두 대가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로 돌진한 2001년 9·11테러는 항공사들의 고행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년 후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까지 돌아 비행기 손님이 계속 줄었고 최근 2년간 연료비는 두 배나 뛰었다. 그 여파로 세계 항공업계는 지난 5년간 총 43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이들 항공업계가 체질개선 노력과 여행객 증가에 힘입어 5년 만에 적자 수렁에서 벗어났다고 보도했다. ◆여행객 증가 세계 주요 항공사 중 유럽 에어프랑스KLM,호주 콴타스항공,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올 상반기에 4억달러 안팎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싱가포르항공과 홍콩 캐세이패시픽은 3억달러 정도의 이익을 냈다. 브리티시항공은 같은 기간 8억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올해 평균 유가가 배럴당 57달러에 달했는 데도 업계가 선전했다"며 "유가가 2003년 수준인 30달러였으면 항공사들은 올해 지난 5년 누적 적자보다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결은 승객 증가와 체질 개선이다. 올 들어 세계 항공기 이용객은 지난해보다 8.3% 늘어 5930만명을 기록했다. 저가 항공사들이 잇따라 설립돼 요금이 싸지고 시장 저변을 넓힌 게 주효했다. 비행기 제작 업계도 전례없는 호황이다. 양대 제작사인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는 올해 각각 1000대와 900대를 주문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 합쳐 연간 800대 안팎을 수주하던 때와 대조된다. ◆체질 개선 노력 항공업계가 위기를 벗어난 데는 인원 삭감과 통폐합 등 자체적인 구조조정 노력도 있었다. 유럽에서는 에어프랑스와 KLM이 합병했고 중국에서는 7개 항공사가 에어차이나 동방항공 남방항공 등 3개사로 통폐합됐다. 미국 항공사들은 6대 업체 중 유나이티드항공 델타 노스웨스트 아메리칸항공 등 4개가 파산보호신청을 낸 상태라 기업인수를 주도할 만한 주체가 없다. 대신 개별적으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노사협상을 계속해 왔다. 미국 노스웨스트 항공은 모든 기내 서비스를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항공 지도 재편 항공산업 지도도 바뀌었다. 유럽에선 고비용 저효율 대형 항공사의 대안으로 저가 항공사가 50개나 생겼다. 반면 동유럽 중동 중국에선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항공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IATA에 따르면 동유럽과 중국의 여객기 이용자 수는 2009년까지 매년 10%씩 늘어날 전망이다. 중동에선 에미레이트항공이 성공을 거두면서 경쟁 업체들이 생겨날 조짐이다. 20년 전 두바이 왕실가문 마크툼스가 1000만달러를 들여 세운 이 회사는 오일달러,비과세,인도와 파키스탄의 저임금 노동력을 무기로 올 상반기 4억달러에 가까운 수익을 남겼다. 2010년까지 현재 80대인 여객기 수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