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세수부족' 문제로 뜻하지 않은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기업들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가 "세수부족때문"이라는 섣부른 전망과 연결되면서 국세청의 뜻과는 전혀 무관한 방향으로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주성 청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4급 이상 주요간부들을 대상으로 최근 비상연락망까지 가동됐다.

이른 아침인 오전 7시에 비상연락망이 가동된 것은 "세수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조사가 확대되고 있다"는 추측성 전망에 대해 주무 국.과장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데 따른 질책성 점검이었다는 후문이다.

◇"세수위한 조사는 없다"

10월들어 일부 언론에서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업들을 대상으로 `쥐어짜기식' 세무조사가 벌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등장했다.

게다가 국세청이 특정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여부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면서 `대기업 대상 전방위 세무조사' 추측은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국세청은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지난 6월부터 8월말까지 국세청 인력의 60% 가량이 부동산투기 세무조사에 투입돼 그 기간 기업에 대한 통상적 정기 세무조사를 전혀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즉 6월부터 3개월간 전혀 하지 못했던 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9월 이후 `뒤늦게' 시작한데 따른 `착시현상'이라는 항변이다.

그런데도 세무조사 또는 징세와 직.간접적 연관이 있는 주무 국.과장들이 언론에 시의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해 `근거없는 불안감'만 키웠다는게 국세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출근전이라도 언론보도 내용에 대해 신속하게 대처, 정책집행의 방향을 제대로 외부에 알려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키기 위해 이른 아침에 비상연락망이 가동됐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의 한 간부는 "소관 업무와 관련해 부정확한 내용이 언론이 보도됐을 때는 출근전이라도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면서 "현안에 대해선 출근전에 먼저 조치(해명)한 뒤 출근 뒤 보고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라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비상망이 가동됐다"고 말했다.

◇"세수부족 세무조사 발견되면 문책"

국세청의 거듭된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급기야 전군표 차장이 직접 공개해명에 나섰다.

전 차장은 31일 긴급브리핑을 통해 "세수목적의 `쥐어짜기식' 무리한 세무조사나 부당한 과세사실이 확인되면 조사반을 철수하고 조사 기관 및 조사원을 엄중 문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10여 차례도 넘게 "세수목적의 무리한 세무조사는 없다"고 강조한 뒤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기업 세무조사가 일시적 착시현상임을 뒷받침하는 통계까지 공개했다.

각급 지방국세청에서 실시하는 매출 300억원 이상 대(大)법인에 대한 조사건수가 지난 9월말 현재 68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828건에 비해 17.4%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올해말 전체 조사건수도 지난해보다 18% 줄어든 934건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곁들었다.

특히 전 차장은 이 청장 취임 이후 `부실과세 방지'를 주요 혁신과제로 선정, 14건의 부실과세 사례를 적발, 직원징계까지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쥐어짜기식 세무조사를 할리 만무하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장기미조사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주기를 5년에서 4년으로 단축,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세수부족과는 관련이 없으며 장기적인 제도개선 차원"이라고 일축했다.

전 차장은 "4년주기로 단축하더라도 올해 단 한 기업도 조사대상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국은 대기업에 대해 1∼3년 주기로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국제적 기준과 관행에 맞추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기자 gija007@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