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움츠러들고 있다. 옛 안기부 X파일 문제가 불거진 이후 금융산업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논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사건 판결 등이 이어진데 따른 압박으로 대외활동에 몸을 사리고 내부적으로도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스포츠 후원, 최고경영자 홍보 등 그동안 일상적으로 해왔던 대외활동들이 최근 상황에서 오히려 삼성에 대한 여론의 오해만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 자신들이 드러날 수 있는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스포츠 활성화 차원에서 지난 1999-2000 시즌부터 2004-2005 시즌까지 6시즌 연속 맡아왔던 프로농구대회 타이틀 스폰서를 `삼성이 국내 프로스포츠 마처 독식한다'는 여론을 우려해 2005-2006 시즌에 하지 않기로 했다. 삼성은 현재 타이틀 스폰서를 하고 있는 야구, 배구 등 다른 종목의 스폰서 지속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나 주변에서는 삼성이 스포츠 후원활동을 추가로 축소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윤종용 부회장이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에 의해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1위에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알리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판단, 예전 같으면 언론에 널리 알리곤 했던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 잘한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며 "최고경영자들도 사업과 관련된 주요 일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최근 국내외 언론의 인터뷰 요청도 대부분 사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내부적으로는 주변 상황과는 관계없이 기업 본연의 일에 전념해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나 예전 같으면 10월부터 본격화하는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작업도 최근의 어수선한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한 임원은 "현안들이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아무래도 내년 계획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는 듯 하다"며 "주변 상황 때문에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경영계획을 짜는데 있어서도 공격적이기 보다는 소극적으로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같이 여론을 의식해 대외활동을 움츠리는 삼성의 방어적인 모습이 삼성에버랜드 CB 사건 판결에 항소하는 등 법적인 문제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자세와 대비되면서 여론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관심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준 기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