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 사는 최 대리는 퇴근하자마자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켠다. 이 TV를 통해 방송은 물론 인터넷과 영상전화를 동시에 즐긴다. 먼저 리모컨을 눌러 부재 중에 자동녹화된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 경기를 튼다.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애인에게 영상전화를 건다. 축구화면을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반에 애인 얼굴을 올린다. 통화를 끝내고 TV 화면을 4등분해 스포츠,뉴스,e메일,영화를 동시에 즐긴다. 통신과 방송,인터넷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광대역통합망(BcN) 서비스가 6일 KT 여의도 빌딩에서 성공리에 시연돼 본격적인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번 통합망은 KT와 KTF 등으로 구성된 옥타브 컨소시엄이 구축한 것으로 데이콤 주도의 광개토 컨소시엄과 SK텔레콤 주도의 유비넷 컨소시엄에 이어 세번째다. KT의 옥타브 컨소시엄은 이번 시범 서비스를 시작으로 서울과 경기 대전 대구 등 대도시에 BcN 시범망을 구축해 연말까지 2500명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옥타브 컨소시엄의 광대역통합망 서비스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다. 정보전달 속도는 50~100Mbps(1분에 50~100메가비트).현재의 초고속인터넷에 비해 12~25배 빠르다. KT는 이날 텔레비전으로 대구 동평초등학교 학생과 교장,노준형 정통부 차관 등 3자가 영상전화를 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TV 화면은 3개로 나눠졌고 고화질로 끊김 없이 영상전화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대구에서 서울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전화를 하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휴대폰으로 두 사람이 영상전화를 하는 장면도 시연됐다. TV를 통해 주문형 비디오(VOD)를 즐기며 정지와 되감기,녹화를 자유자재로 하는 서비스도 공개됐다. KT는 이 서비스를 위해 인터넷전화(IP-TV)용 셋톱박스를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홈네트워크를 통해 영상강의 등 교육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거실에서 TV를 통해 문자메시지를 받고 로봇에 음성으로 청소 명령을 내리는 서비스도 선을 뵀다. 특히 전화기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8명의 친구와 통화하는 모습도 구현했다. KT는 광대역통합망 개발 과정에 100건이 넘는 기술특허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남중수 KT 사장은 "시범망 장비를 손수 개발하거나 국내 업체가 개발한 것만 사용했다"면서 "광대역통합망을 기반으로 새로운 블루오션이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연회에는 노준영 정통부 차관,김창곤 한국전산원장,남중수 KT 사장,조영주 KTF 사장,서울 왕북초등학교 문현경 학생 등 400여명이 참가했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