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9일 예정된 한국-멕시코 정상회담에서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위한 양 정부간 공식 협상 개시에 합의하지 못할 가능성이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져 향후 대(對) 멕시코 통상에 비상등이 켜졌다. 21일 주멕시코 한국대사관 및 통상 소식통들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내달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멕시코를 방문해 비센테 폭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자리에서 멕시코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포괄적 내용의 EPA 체결을 위한 정부간 협상을 시작한다는 합의문 서명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을 2주 정도 남겨 놓고 있는 현 시점까지도 멕시코측은 자국내 화학, 철강, 섬유 등 업계의 무역자유화 조치 반발 움직임을 내세워 EPA 협상 개시합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대사관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통상 소식통들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멕시코측이 EPA 협상 개시 합의의 핵심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자동차 산업 현지 투자 관련 요구 사항에 대해 거부의 뜻을 전함에 따라 EPA 협상 개시 합의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해졌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것. 한 통상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자동차 산업의 현지투자가 불가하다는 점을 주한멕시코대사관에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의 현지투자로 고용창출 효과를 노리는 멕시코측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일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고 정상회담을 전후해 전격적으로 협상 개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협정 내용에 IT(정보기술) 등 직접투자와 기술이전을 포함할 정도로 `양보'를 했는데도 협상을 개시하지 않겠다는 것은 상당히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욱이 올 4월 경쟁국인 일본과 멕시코 간 FTA가 발효한 상황에서 갈수록 통상 장벽이 높아지고 여러 품목에서 급속도로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나아가 멕시코가 FTA를 체결한 국가가 43개국에 달한다는 점에서 우리 제품만 기존의 고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퇴출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일부 업계는 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고관세로 사실상 수출길이 막힌 타이어 품목이다. 비(非) FTA 국가란 이유를 달아 관급 공사 입찰을 원천 배제하는 비관세 장벽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멕시코는 지난해 25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우리의 제4위 무역흑자국이자 중남미의 주요 수출시장이다. 우리로서는 양국간 교역뿐만 아니라 미주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 측면에서도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받아들이고있다. 앞서 한국-멕시코 양국의 정부, 학계, 업계 대표로 구성된 `한.멕시코 경제관계를 위한 공동연구단'은 이달까지 모두 6번의 회의를 개최해 공동연구보고서를 채택하고 1년여에 걸친 공동연구를 마쳤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