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11시,성수대교 남단 S레스토랑을 찾은 박진희씨는 고급스런 4인용 소파 쪽에 자리를 잡았다.


곧 도착할 것이란 친구들의 전화를 받은 그는 깔깔한 입 속을 샹그릴라로 적시며 구석에 놓인 브런치 뷔페를 훑어보았다.


에그 스크램블과 콜드 파스타,미트볼,그라탕 그리고 각종 해물요리와 갓 구운 빵들…. 갑자기 입안에 군침이 돌면서 모처럼의 대학동창 모임을 브런치 회동으로 결정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의 늦은 아침 또는 이른 점심을 먹는 '선데이 브런치(brunch)'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새로운 외식문화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브런치는 아침(breakfast)과 점심(lunch)의 합성어로 우리말 그대로 '아점'.강남의 유명 레스토랑과 카페들은 일요일 오전이면 브런치를 찾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스토브 수지스 텔미어바웃잇 등 브런치 메뉴로 명성을 얻고 있는 '스타급 식당'들은 3,4일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


홈메이드 스타일의 양식을 추구하는 스토브의 경우 지난 3월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강남의 트렌디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잡았다.


주말 손님 수가 평균 350명 정도.영업시간이 평일보다 5시간 짧지만 매출은 오히려 두 배에 달한다.


이 가게를 운영하는 이소영 사장은 "오픈했을 때만 해도 11시께나 손님들이 들어서길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9시부터 영업이 끝나는 5시까지 70여개의 자리가 비질 않는다"고 전했다.


스토브의 브런치 뷔페 가격은 1만9000원(부가세 별도).아점으로는 결코 가벼운 값은 아니지만 20여 가지의 다양한 양식과 각종 차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후하게 주는 단골들이 많다.


1만5000원대의 브런치 메뉴를 판매하는 수지스도 선데이 브런치 타임(오전 9시~오후 4시)에는 8명 이상의 단체가 아니면 예약조차 불가능하다.


브런치 붐이 이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주5일 근무가 가져온 생활패턴과 외식문화의 변화를 첫 손에 꼽았다.


"토요일 하루를 푹 쉰 다음 일요일은 집에서 뒹굴기보다는 좀 더 건설적으로 보내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러기 위해선 가족끼리 또는 친구와 함께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고 움직이는 게 효율적이죠." 레스토랑 컨설턴트 김희수씨는 휴일이 이틀로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브런치가 각광받게 됐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브런치 마니아를 자청하는 정주연씨(미술관 큐레이터)는 "직장 다니면서 평일 점심을 오래 먹을 수도 없고 저녁 모임은 술자리로 이어지기 쉬워서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죠.몸도 피곤하고요.


하지만 일요일에는 여유가 있죠.느지막이 집을 나와 저처럼 싱글인 친구와 함께 수다 떨면서 밥 먹고 영화 보러 가고.그러면 일주일을 잘 마감했고 월요일에 다시 일할 의욕도 나요."


정씨처럼 독신이 늘고 외국문화가 몸에 밴 해외파들이 늘어난 것도 브런치 유행의 또 다른 배경이다.


최근 브런치를 시작한 레스토랑 구뜨드미엘의 김호현 사장은 "고객 중에는 가족단위나 50~60대 어르신들도 있지만 그래도 20~30대 싱글 여성들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설현정 기자 sol@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