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터키 사이에 터키의 EU가입 협상을 앞두고 터키측 협상대표가 갑자기 사퇴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터키측 EU협상대표인 무라트 순가르는 오는 10월3일로 예정된 터키의 EU가입협상 개시일이 두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사퇴서를 제출했다. 특히 프랑스가 키프로스 인정문제를 새로 끄집어내며 터키의 가입협상 자체를 막을 수도 있는 것처럼 위협하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앞서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주 터키에 대해 가입협상에 앞서키프로스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터키측은 빌팽의 발언이 터키에 대한 EU 이중기준의 또다른 증거라며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EU는 가입협상 개시를 지연시키기 위한 새로운 장애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우선 터키를 달래려하고 있지만 가입협상이 25개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내심 찜찜한 상태다. 빌팽 장관이 터키 가입협상을 막기위한 프랑스의 거부권을 행사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키프로스 문제는 터키가 EU에 가입하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할 장애물인 것은 분명하다. 키프로스 섬은 그리스계와 터키계로 나뉘어 갈등을 겪다가 1974년 터키군의 북부 점령이후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포한 터키계 주민들이 북키프로스 터키공화국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그리스계 키프로스 정부만을 인정하고 있으며, EU 역시 지난해 5월 그리스계 키프로스만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사정으로 터키 역시 지난해 7월 키프로스가 포함된 EU와 기존 협정의 연장에 동의하는 서약을 하면서도 그리스계 키프로스 정부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터키측 입장에선 이미 키프로스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대가없이 중대한 양보를 했으며, 키프로스를 인정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터키내 민족주의 감정을 부채질하는 등 역풍만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EU 25개 회원국은 오는 9월 터키와 키프로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다. 하지만 키프로스 문제외에도 EU확장 자체가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EU헌법 비준 실패이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전망은 더 어두운 상황이다. 하산 유날 빌켄트 대학 교수는 터키의 EU 정회원 가입에 반대하면서 터키와 EU 사이에 과도한 희망과 실망 모두를 피할 수 있는 새로운 관계설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이상인 특파원 sang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