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급 불안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고유가 장기화 전망이 갈수록 우세해지자 시장에서 옵션 거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거래 위험을 줄이기 위한 헤지 기능이 큰 옵션 거래는 연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대로 뛸 수 있다는 전망 속에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슬람 강경파가 집권한 이란의 핵문제가 수급 불균형의 최대 불안 요소로 부상했다면서 상황에 따라 유가가 100달러 수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 거래 자료에 따르면 오는 12월 원유를 배럴당 80달러에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옵션 계약이 6천900건에 달해 지난 1월의 77건에 비해 급증했다. 도이체방크 석유 전문가들은 12월의 옵션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유가가 75달러에 이를 확률이 21% 가량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석유 옵션거래가 급증하는 것은 수급 불안이 가중되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3년 9월의 경우 현물 가격이 배럴당 28달러대일 때 그해 12월 원유 옵션이 50달러에 이틀간 거래된 것과 크게 대조된다는 얘기다. 그만큼 석유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런던 소재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옵션거래담당 오린 미들턴 애널리스트는 "1년 전만 해도 유가 100달러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코웃음을 쳤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있다는 쪽으로 얘기들이 심심치않게 나온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의 이란 침공같은 최악의 카드가 던져져 수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는 경우라는 단서가 달리기는 했다. 아랍 산유권이 지난 73년 서방에 대한 석유 공급을 중지했던 당시 사우디 석유장관을 지낸 셰이크 아흐마드 자키 야마니는 지난달 28일 런던 근교에서 열린 석유세미나에 참석해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는 최악의 상황이 터질 경우 유가가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면서 "이전에 비해 가능성이 높아진 이런 상황이 전개될 경우 그 타격은 재앙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런던에 국제에너지연구센터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뉴욕 소재 윌리엄 더들리 수석애널리스트도 세계 석유수요가 하루 평균 8천640만배럴임을 상기시키면서 이런 상황에서 "하루 몇백만 배럴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 유가가 10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 석유수요의 40% 가량을 공급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이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도이체방크 전문가들은 석유시장 수급이 "전례없이 빡빡하다"면서 따라서 사우디에 이은 세계 2위 원유 생산국인 이란의 핵문제가 더 심각해질 경우 "예전에 비해 훨씬 심각한 파장이 석유시장에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6일 스코틀랜드에서 시작되는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서도 석유수급 균형회복 문제가 핵심 의제로 거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런던 블룸버그=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