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미국 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는 것은 미국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한 의도이며 이런 점에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독자적으로 소비자 기반을 구축해온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한국 업체들과 다르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3일 보도했다. 저널은 한국 업체나 일본 업체의 경우 1970년대와 1980년대 정부의 강력한 시장보호 정책에 힘입어 내수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렸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 진출할 자금을 댈 수 있었지만 중국은 그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 이같은 차이를 낳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 앤드 컴퍼니 중국 상하이(上海) 현지법인의 폴 가오 파트너는 이 신문에 "중국 업체들은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영영 없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국내 시장을 먼저 지배하고 천천히 세계시장에 진출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중국 가전업체 하이어 그룹의 메이택 인수 움직임나 레노버의 IBM PC 사업 인수 등의 이면에는 어떻게 이름없는 저가품 제조업체에서 존경받는 글로벌 브랜드로 변신할 것인지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고민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저널은 그러나 과거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부족한 마케팅 기술과 저조한 브랜드 이미지 등 단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철수하면서 국내 1위 자리까지 내줘야 했던 중국 TV업체 콩카 그룹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저가품 판매에 익숙한 중국 업체가 브랜드에 민감한 미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분석했다. 저널은 미국의 기존업체를 인수할 경우 해당업체의 기술이나 숙련된 마케팅 담당자들, 유통망 등을 함께 얻을 수 있어 중국 업체들은 고민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고 특히 하이어의 경우 메이택 인수에 성공할 경우 미국인들에게 아주 친숙한 이 업체의 브랜드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매력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이어가 메이택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자체 브랜드와 메이택 브랜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와 중국보다 훨씬 더 비싼 인건비 및 운영비용을 어떻게 감당할지, 중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를 메워줄 다리 역할을 누가 해야 할지 등이 해결 과제라고 지적했다고 저널은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