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여건 불투명, 가능성 낮아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올해는 과연 서머랠리(Summer Rally)가 올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머랠리란 여름철 장기휴가를 앞두고 경기나 기업실적 같은 증시여건이 좋아 보일 때는 주식포지션을 매도보다 매수 우위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는 것을 말한다. 여름휴가철이 끝나면 주식 매입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전에 주식을 선취매수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계절적 현상이다. 그 어느 해보다 올해 미국증시는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일찍 형성돼 있다. 그만큼 미국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폭이 크지 않고 미국기업들의 실적이 대체로 견실하기 때문이다. 기관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둔화된다 하더라도 잠재수준인 3~3.5%를 웃돌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증시여건하에서 서머랠리가 실제로 올 것인가는 유동성이 얼마나 받쳐주느냐에 따라 관건이다. 최근 리처드 피셔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현 금리인상 국면은 야구에 비유한다면 8회, 6월 말에는 9회에 이를 것’이라는 발언을 계기로 미국의 금리동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정책의 기조를 변경할 때 가장 중시하는 기준은 경제성장과 인플레 목표를 동시에 감안, 적정금리 수준을 추정할 수 있는 테일러준칙(Taylor’s Rule)이다. 특히 금리결정권을 갖고 있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옴부즈맨 기구인 잠재시장공개위원회(SOMC)에서 중시한다. 산출공식은 우선 실질 균형금리에 평가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을 더한다. 여기에 평가기간 중 인플레이션율에서 목표 인플레이션율을 뺀 수치에 정책반응 계수(물가 및 성장에 대한 통화당국의 정책의지를 나타내는 가중치)를 곱한다. 그리고 평가기간 중 경제성장률에 잠재성장률을 뺀 값에 정책반응 계수를 곱한 후 모두 더해 산출한다. 현재 미국의 연방기금금리인 3.0%는 테일러준칙에 의해 도출된 적정수준에 어느 정도 근접한 것으로 평가된다.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 성장과 인플레에 대한 미 연준리의 가중치에 따라 조금 달라질 수 있으나 올 1/4분기 성장률 3.5%와 잠재수준 3.0%, 소비자물가상승률 3%대와 인플레 목표치 2%대를 감안하면 적정수준은 3.5% 내외로 추정된다. 앞으로 경제여건의 변화가 없다면 연방기금금리는 두 차례 정도 인상될 여지만 남겨둔 셈이다. 미국금리의 동결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또 하나 고려해야 할 변수는 부동산 등 자산거품 발생의 가장 큰 요인인 ‘부채 - 경감 현상’(Debt-deflation Syndrome)의 해소 여부다. 부채 - 경감현상이란 2001년 이후 계속된 금리인하 과정에서 금융차입 비용이 부동산 같은 실물투자 수익률보다 낮아짐에 따라 금융차입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행위를 말한다. 대출금융기관과 상환기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미국의 모기지론 금리는 6~7%로 올랐다. 반면 부동산 가격상승률은 일부 투기지역을 제외하곤 연평균 7~8% 내외로 둔화되고 있다. 이제는 금융차입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점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설령 성장과 물가, 자산부문의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 현시점에서 연방기금금리를 더 올릴 필요성을 느낀다 하더라도 FRB가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시장금리의 대표 격인 장기채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만약 장기금리의 하락세를 감안하지 않고 연방기금금리를 계속 올릴 경우 금리체계가 흐트러져 금융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질 우려가 높다. 지난해 6월 말 이후 여덟 차례에 걸쳐 연방기금금리를 올리는 과정에서 그린스펀 의장이 가장 고심해 왔던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제는 미국의 금리인상 국면이 서서히 마무리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뉴욕증시에 서머랠리에 대한 기대가 일찍 형성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무래도 국내증시는 미국증시보다 서머랠리가 올 가능성이 낮은 상태다. 일부에서는 대세상승 국면에 진입했다는 시각이 있으나 무엇보다 증시여건이 좋지 못하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4% 내외의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국내기업 실적도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이나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상반기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증시에 서머랠리에 대한 성급한 기대감으로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전략은 경계해야 한다. 만약 서머랠리가 온다고 확신하는 개인이라도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기 보다는 주식 고편입형 적립식펀드와 같은 간접투자 전략을 권한다. 갈수록 개인들이 증시에 직접 참여해 이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춘ㆍ한국경제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