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5년8개월 동안의 해외 생활을 마감하고 귀국길에 오른 것과 관련,1999년 대우그룹 해체를 주도했던 당시의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김 회장이 대우그룹 경영으로 우리 경제 성장에 기여한 점은 인정해야겠지만 국민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데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공(功)과 과(過)를 구분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 회장에 대해 특별히 할 말이 없으며 앞으로도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최경환 비서관이 전했다. 99년 하반기 대우그룹 해체작업이 시작됐을 때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은 "김 회장이 개발연대 성장을 주도하고 해외 시장을 개척한 공과 대우그룹에 들어간 많은 인재들이 세계적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을 누가 부정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강 의원은 그러나 "대우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것은 정부 요직에 있던 몇몇 사람의 판단과 의지에 따라 결정된 것이 아니라 시장에 의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당시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었던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대우 사태로 쏟아부은 공적자금이 28조원에 이른다"며 "김 회장이 경제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것은 분명한 만큼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우그룹 퇴출 과정에서 정치 논리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그 당시 최악의 상황을 막아 보려다가 기업들이 연쇄 부도하는 과정에서 대우 채권도 견딜 수 없게 된 것"이라며 "나는 대우사태 끝물에 뒷처리를 담당했을 뿐 중심적인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우그룹 해체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을 지냈던 이헌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당시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 등은 외부와 연락을 끊고 지내고 있어 반응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 전 부총리의 한 측근은 "이 부총리가 지난 3월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사퇴한 이후 지인들과 운동하는 것 외에는 대외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이 전 부총리와 함께 금감위에서 대우처리 실무를 맡았던 재경부의 한 간부도 "대우처리 과정에서의 잘잘못에 대해서는 이 전 부총리든 누구든 지금은 어떤 언급도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전 부총리를 최근 만났으나 김 회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영국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수석은 국내 언론사는 물론 친지들과의 전화나 e메일마저 사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영국의 한 대학에서 연구활동에 전념하고 있으며 귀국 일정 등마저도 전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당시 재경부 정책조정심의관이었던 조원동 정책기획관은 "지금 소감이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며 "현재 하고 있는 업무와도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박준동·양준영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