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헤지펀드 위기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지난 98년 파산위기로 치달았던 LTCM 사태 때의 파장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당시 최대 헤지펀드로 연평균 4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던 LTCM은 러시아 국채 투자로 불행을 자초했다. 이 펀드는 러시아 국채를 차입금까지 동원해 대량 사들였다가 98년 8월 러시아의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중지) 선언으로 엄청난 손실을 봤다. 1조달러가 넘는 러시아 국채 관련 파생상품을 보유 중이던 LTCM은 국채가격 폭락으로 하루에 5억5500만달러(약 5600억원)를 날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자 98년 9월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진화에 나서 14개 금융회사들이 LTCM에 36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줌으로써 사태는 진정됐다. 이를 통해 LTCM은 파산 위기는 면했지만 구제금융 변제에 따른 압박으로 2000년에 결국 파산해 문을 닫았다. 최근 불거진 헤지펀드 위기는 LTCM 사태 때와 유사한 점도 있지만,차이점도 있다. 우선 헤지펀드들의 자산운용 상태가 베일에 가려 있는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변수가 실적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98년에 러시아 모라토리엄이 터져나온 것처럼 이번에는 GM·포드의 정크본드 추락과 커크 커코리언의 GM 주식 매입이라는 뜻밖의 변수가 등장했다. 반면 차입금 수준을 보여주는 레버리지(차입비율)가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LTCM은 당시 무려 50배의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었지만,최근 헤지펀드들은 대략 2~5배 수준이다. 그러나 헤지펀드 수가 급증해 헤지펀드 업계에 대한 총 대출금액은 7년 전보다 오히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돼 유사시 파급효과는 LTCM 때에 못지않을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