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9일(현지시간) 발표한 전 세계 국별 '통치 지수(governance indicators)'에 따르면 한국은 1996년부터 2004년 사이 8년간 정치안정, 부패 통제 등과 관련한 선진화가 획기적인 향상없이 일정한 범위내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은행이 산출한 통치 지수와 관련된 6개 지수 가운데 '정치안정' 지수는 96년 0.16에서 0.24(98년), 0. 49(2000년), 0.50(2002년), 0.45(2004년)로 비교적 꾸준한 상승 추세를 보였다. 지수는 마이너스 2.5에서 플러스 2.5 범위로 숫자가 클수록 좋다는 의미이다. 또 '정부 효율성' 지수도 같은 기간 0.64-0.50-0.63-0.91-0.95로 지속적으로 향상됐다. 그러나 '부패 통제' 지수는 0.54-0.11-0.37-0.36-0.17로, '법치' 지수도 0.81-0.82-0.64-0.83-0.67로 다소 저하되는 추세를 보였다. 정치.시민적 권리와 인권 등을 포함한 '민주화' 지수는 0.71-0.68-0.76-0.63-0.73으로 오르내리락했으며, 시장친화적 정책 정도를 보여주는 '규제의 질' 지수 역시 0.69-0.30-0.47-0.84-0.69로 같은 현상을 보였다. 세계은행의 6개 통치 지수는 국민소득 통계와 같은 객관적인 자료로 산출한 게 아니라, 해당국 국민이나 기업인, 각종 국제기구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식.여론조사를 근거로 한 것이어서 기본적으론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를 말해주는 지수다. 이에 따라 세계은행은 이 지수에 대해 특정 시점에서 국가간 비교보다는 한 국가내의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 추이를 추적하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또 조사의 오차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점들을 감안하면 한국의 통치 지수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이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오르내리락한 것은 조사 시점의 정치.경제 상황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이 6개 지수 모두 1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멈칫거리는 데 비해 싱가포르, 홍콩의 통치지수가 대부분 1~2를 기록하고 있는 사실은 뚜렷하게 대조된다. 특히 싱가포르는 정부 효율성이나 부패 통제 지수에선 척도 상한인 2.5 이상을 기록한 때도 있었다. 싱가포르는 민주화 지수에선 마이너스 0.13(2004년), 마이너스 0.05(2000년) 등 때로 마이너스로 내려갈 정도로 낮은 수준이지만, 정치안정은 1.32~1.52, 효율성은 2.25~2.59, 규제의 질은 1.65~2.31, 법치는 1.71~2.24, 부패 통제는 2.18~2.51 법위를 유지했다. 홍콩도 민주화 지수는 한국 보다 낮은 편이나, 정치안정은 1998년 0.96 이래 1 이상을 유지했고, 효율성, 규제의 질, 법치, 부패 통제 지수 모두 1~2 범위를 기록했다. 대만의 경우 민주화는 0.55~0.95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고, 정치안정은 1996년 1.01에서 2004년엔 0.52로 크게 악화됐으나 효율성은 1.06~1.42, 규제의 질은 0.95~1.29, 법치는 0.83~1.17로 대체로 1 이상이며, 부패 통제는 1 이하이나 한국보다는 나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의 통치지수 산출엔 나라마다 편차가 있지만, 국가경쟁력 지수를 발표하는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을 비롯해 전 세계적인 기구 30개가 만든 32개의 서로 다른 자료들이 사용됐다. 세계은행은 "통치지수와 국민소득간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주관적 인식조사라는 점때문에 소득이 높은 나라라면 지수가 당연히 높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통계학적 분석 결과 '높은 통치지수->높은 소득'의 인과관계가 있지만 그 반대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하고 각국 정부가 통치지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