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속 성장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증시는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뉴욕 타임스는 3일 게재한 '새로운 중국 신드롬'이란 제목의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분석 기사에서 해외 전문가들을 인용해 그 원인을 진단했다. 신문은 중국 경제가 외형상 괄목할 성장을 이루고 있다면서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9.5%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처분 소득도 도시 지역이 10%, 농촌은 15% 늘어나는 호조를 이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재고율이 판매의 65%라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질 정도로 소비가 활력을 보이고 있으며 자본 투자도 당국의 경기과열 단속으로 한해 전에 비해 위축되기는 했으나 지난 1.4분기 성장에 기여한 부분이 22%포인트에 달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그런데도 증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위안(元)화로 거래되는 선전(深천)과 상하이(上海) A 주식시장은 지난 2000년의 황금기에 비해 각각 56%와 40%가 주저앉은 것으로 온라인 증시추세 분석지 퀌리서치 위클리가 분석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국은 이밖에 외국인 전용의 B 주식시장과 홍콩에서 거래되는 H 주식시장도 운영하고 있다. UBS 워버그의 홍콩 소재 조 장 애널리스트는 "GDP 증가는 기업 매출에 기반한 것으로 수익성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의 경우 "기업의 수익과 특히 주당 수익률은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베이징 얀징 맥주'라면서 지난 7년간 매출이 4배 늘고 수익도 50% 증가했지만 정작 주가는 그대로라고 지적했다. 그러니 "중국 증시가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차이나 신드롬"이라고 표현했다. 퀌리서치 위클리에 따르면 지난해 A 주식시장에서 투자자의 3분의 1 가량이 떠난 것으로 추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첫째 공급되는 주식 물량이 넘친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공개한 회사만도 1천4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신주 발행까지 활발하다고 지적한 장은 "수익이 50% 증가했다고 쳐도 신주를 70% 발행한다고 하면 주당 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기업의 주식 관리가 엉망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원자재값 강세에 따른 원가상승 부담이 만만치 않으며 비효율적인 재고 관리,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는 사회주의 경제 관행에 따른 가격 인상의 어려움, 그리고 품질 한계에서 비롯되는 짧은 제품 라이프사이클도 증시의 발목을 붙잡는 요소로 지적됐다. 몬트리올 소재 BCA 리서치의 첸 자오 수석애널리스트는 중국이 천연자원이 많은 것으로 비쳐지지만 "용수, 석유, 구리, 목재와 철강 등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하는 핵심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이것도 기업 수익성을 떨어뜨려 결국 증시에 부담이 되는 변수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내수소비 확대에 부심하고 있으나 여전히 GDP 대비 저축률이 40%나 되는 점도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짐이라고 JP 모건의 홍콩 소재 아시아시장 분석 프랭크 공 수석애널리스트가 지적했다. "저축률이 떨어져야 소비가 늘어나는데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UBS의 장은 그렇다고 중국 증시의 앞날이 마냥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어려울지 모르나 "이제는 뛰어 오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종목을 잘 선택해야 한다면서 천연자원과 유화, 그리고 독점기업 쪽을 주목하라고 권고했다. 중국 증시의 앞날이 어둡지 않다는 관측은 다른 투자은행들에서도 나왔다. 메릴 린치는 지난 3월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조정했다. HSBC도 비슷한 시점에 "중국 증시가 전환점에 들어섰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들 투자은행은 중국 당국이 보유 국유기업지분을 매각하는 쪽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내 전체 상장주식의 3분의 2 가량이나 되는 대규모 물량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물량이 대거 쏟아지면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중국 증시에 더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몸집을 키워 장기적으로 증시를 활성화시키는 발판이 되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