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디지털TV 등 삼성전자 주력 제품들의 디자인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실제 삼성은 최근 5년간 세계 양대 디자인상으로 불리는 미국의 'IDEA(Industrial Design Excellence Award)'와 독일의 'iF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이런 가운데 이 회장이 '제2 디자인 혁명' 발진을 선언한 이유는 삼성 제품을 명실상부한 세계 초일류 브랜드로 올리기 위해서는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발상과 사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는 미래 IT(정보기술) 업계의 판도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의해 결판 날 것이라는 이 회장의 선견지명이 작용하고 있다.



◆감성·창의성·편의성 3박자


삼성은 밀라노 프로젝트의 첫번째 과제로 삼성 고유의 철학과 혼을 반영한 독창적 디자인과 '유저 인터페이스(제품 모양이나 재질 기능을 사용자 편의에 맞춰 재배치하는 것)' 구축을 채택했다.


이는 이 회장이 늘 강조해온 삼성 고유의 스타일(아이덴티티)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이 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휴대폰 등을 중심으로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 평가하지만 아직 자신의 기대치인 '월드 클래스(세계적인 수준)'에는 모자란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이 회장은 2002년 말 당시 삼성전자의 진대제 사장 등을 불러 "디자인에서부터 삼성의 아이덴티티가 없으면 개발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제품 조작 버튼도 사용자의 편의를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디지털미디어 제품군의 디자인 역량을 한층 높여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결국 이 회장이 생각하고 있는 삼성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는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디자인에 제품 기능과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선진 제품과의 비교 전시회 개최


밀라노 회의에 참석한 주요 사장들은 경영 역량을 소프트 경쟁력 강화에 집중키로 하고 계열사별·사업부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이기태 삼성전자 정보통신 총괄 사장은 "내년까지 유저 인터페이스 부문에 2백명 이상의 인력을 확보해 디자인 조직을 대폭 보강하겠다"고 보고하면서 "휴대폰 디자인의 고급화와 차별화를 지속해 애니콜을 세계적인 명품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현봉 삼성전자 생활가전 총괄 사장은 "디자인 금형그룹을 신설해 명품 가전 플랫폼을 창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진훈 제일모직 사장도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는 명품 브랜드 창출을 위해 색상 패턴 소재 등 전부문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경영진들은 이와 별도로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의 선진 제품과 삼성의 주요 제품 1백개를 비교해 보는 전시회도 가졌다.


밀라노 회의에는 이 회장과 구조조정본부 이학수 부회장 및 김인주 사장,삼성전자의 이기태·최지성(디지털미디어 총괄)·이현봉 사장,제일모직 제진훈 사장 등이 참석했으며 이 회장의 아들인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와 딸인 제일모직 이서현 상무보도 참석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