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현단계에서 외환 다변화정책을 쓸 경우 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날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린 제46차 미주개발은행(IDB) 총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들어 원화의 평가절상이 지나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다음달 27일 서울에서 개최하는 '제1회 세계중앙은행 국제콘퍼런스'에서 중국 및 일본 중앙은행 총재와 만나 외환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박 총재와의 일문일답. --한.중.일 3국 중앙은행 총재 회동의 의제는. ▲구체적인 어젠다(의제) 없이 하는 것이다. 이번 회동은 한은이 주최하는 '제1회 세계중앙은행 국제콘퍼런스'에 중국과 일본의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하기 때문에겸사겸사 만나는 것으로,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환율과 외환보유고도 논의될 수 있다. 콘퍼런스에는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도 올 예정이다.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만나는 회의가 외국에도 있나. ▲매년 정기적으로 회의를 여는 나라는 드물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 우리나라가국제사회에서 빚을 많이 져서 이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고 반대로 베푸는 차원에서이뤄지는 것이다. -- 과거에도 3국 중앙은행 총재가 함께 만난 적이 있나. ▲국제회의에서 자주 만나 공식, 비공식 정보를 자주 교환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처음이다. -- 최근 환율동향과 외환다변화 정책에 대한 의견은. ▲올들어 원화 환율이 지나치게 많이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엔화와 유로화는 5% 정도 절하됐는데 원화는 2% 절상됐다. 우리는 외환보유고가 많기 때문에 외환을다변화할 경우 더 떨어지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현단계에서 외환 다변화정책을 쓰지 않을 것이다. -- 오늘 일본은행 총재를 만나는 데. ▲이번 행사에는 비즈니스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까운 친구 관계로만나는 것이다. -- 외환문제와 관련, 한.중.일 3국의 공동노력 방안은. ▲나라마다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아시아국가들이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흑자가 많아 표적이 돼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에 대해 공동으로 방어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최근 재정경제부가 외환정책의 기조를 바꾼다고 발표했는데. ▲나와 생각이 같다.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시중은행에 외환보유고를 맡기는 데있어 시중은행의 수요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외환보유고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연기금 스와프를 통해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연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은으로서는 통화증발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 최근 환율 움직임과 관련, 투기세력이 있다고 보나. ▲투기세력이라는 것이 시각에 따라 항상 있을 수도 있고 전혀 없을 수도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장벽이 없기 때문에 환차익에 따라 돈이 순식간에 움직인다. 이는 단기 투자이익을 거두는 국제자본의 생리이고 이런 가능성에 대해 대비를 해야 한다. (오키나와=연합뉴스) 이승관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