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운영위원회가 4일 하이닉스 공동관리를 조기 종료하는 서면결의를 하게되면 하이닉스는 구조조정촉진법 적용시한(2006년말)을 1년6개월 이상 앞당겨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지난 2001년10월 무려 20조원이 넘는 부실자산을 끌어안고 채권단에 백기투항을 한지 42개월만이다. 하이닉스는 그동안 채권단 관리를 받으면서 숱한 서러움을 받았다. 은행부실의 주범이라는 따가운 눈총과 함께 한때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매각협상을 벌일 때는 "독자생존 가능성이 1%도 없다"는 혹평을 들었다. 임금 예산 투자 경영전략 등은 일일이 채권단의 통제를 받았다. 따라서 하이닉스의 조기 정상화가 갖는 의미는 각별할 수밖에 없다. 우선 독자생존 능력이 검증된 상태에서 자율경영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대외 신인도를 높일 수 있고 해외 영업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미국 유럽에 이어 일본업계까지 상계관세 등을 통해 시비를 걸고 있는 보조금 논란도 일거에 불식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전망이다. ◆투자의 유연성 확보 하이닉스가 예정대로 채권단 기존 채무를 갚은 뒤 다른 차주들을 상대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리파이낸싱)할 경우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계 IT업계의 흐름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할 수 있다. 기존 채권단 채무는 오는 2006년말까지 일시 상환해야할 돈이지만 새로 차입할 자금은 최소 5년 이상의 장기자금이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그동안 삼성전자에 비해 투자여력이 턱없이 모자랐던 탓에 3백mm웨이퍼나 플래시메모리 전용 라인을 설치하는데 상당한 애로를 느껴왔던 것이 사실. 게다가 채권단의 빠듯한 예산 통제로 핵심 기술인력을 유치하거나 직원들에게 성과형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도 제약이 많았다. 하이닉스가 상반기 중 리파이낸싱을 성사시키고 '2005년 경영계획 목표'대로 1조4천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경우 내년부터는 연간 2조원 이상의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마이크론이나 인피니언을 제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하이닉스의 본격적인 추격에 대비해 별도의 방안을 마련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질주는 계속된다 하이닉스가 조기 정상화에 성공한 것은 일차적으로 출혈을 감수한 채권단의 대규모 출자전환이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지난 2002년부터 우의제 사장 주도로 이뤄진 과감한 구조조정과 영업실적의 비약적인 성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 사장은 취임 이후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자동차전장사업부 시스템LSI 등 굵직굵직한 사업자산들을 성공적으로 매각,부채비율을 획기적으로 낮췄고 지난 2003년 3분기 이후로 6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해는 본사 기준으로 1조8천5백억원,연결 기준으로 2조2백40억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달성,당초 채권단과 약정했던 목표치(1조원)를 1백% 초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증권가 일각에선 최근 환율과 D램 가격의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하이닉스의 실적 악화를 점치는 곳도 있지만 회사 측은 이를 부인한다. 지난해 정도의 호황은 아니더라도 현재 10% 가량인 낸드플래시 생산비중을 20%선까지 늘리고 D램 출하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계획인 만큼 수익력 약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유럽계 ST마이크로와의 합작으로 오는 28일 착공되는 중국 우시공장이 본격 가동될 경우 원가절감과 함께 규모의 경제 효과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일훈·김인식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