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가 56달러선을 돌파,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50만배럴 증산에 합의했지만,미국의 주간 원유재고 동향이 발표된 후 에너지 선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았다.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4월물 WTI는 전날보다 1.25달러 오른 배럴당 56.30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주 원유재고가 2백60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휘발유 재고는 2백90만배럴 감소하고,정제유 재고도 1백90만배럴 감소했다. OPEC은 이날 이란 이스파한에서 열린 각료회담에서 원유 생산쿼터를 4월부터 하루 50만배럴 늘리기로 합의했으며 필요할 경우 5월부터 추가로 50만배럴을 증산키로 했다. OPEC 의장을 맡고 있는 셰이크 아흐마드 파드 알 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비공개로 열린 각료회의 직후 이같이 밝히고 "이날 이뤄진 50만배럴 증산 결정은 4월부터 적용된다"고 말했다. 한동안 '생산쿼터 현행유지' 입장을 고수했던 OPEC이 증산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은 국제유가가 연일 급등,사상최고치 수준에 육박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소비국들의 증산압력이 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고유가 선호'쪽으로 유가정책을 변경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주도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은 OPEC의 원유증산에도 불구하고 연일 상승하고 있는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증산규모 자체가 절대적으로 작은데다 OPEC의 추가생산 여력이 하루 1백만배럴정도에 그쳐 실질적으로 원유생산량이 늘어날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OPEC 회원국들은 합의된 쿼터보다 하루 1백만배럴 정도를 추가생산하고 있다. 이와 관련,애널리시스 글로벌 시큐리티(AGS)의 갈 루프트 실장은 "OPEC의 증산 결정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며 "유가는 조금 떨어지겠지만 여전히 40달러 후반과 50달러 초반 사이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OPEC 회원국들이 이미 하루 생산 목표치보다 70만배럴을 초과 생산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은 가능한 한 최대량의 석유를 생산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전세계 석유의 40%를 공급하고 있는 OPEC 회원국들은 현재 하루 2천7백만배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