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요금 왜 내려갈까?' 최근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40달러를 넘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통상 유가와 연동되는 가스요금은 올 들어 지난 1월과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인하되는 등 정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격인하 폭도 지난 1월과 이달 각각 3.2%,8.5%로 과거의 '찔끔'식 가격 인하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올들어 두 차례의 가격 인하조치로 월평균 2백50㎥의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31평 아파트의 경우 월 가스요금이 지난해 말 14만4천3백33원에서 12만8천7백85원으로 1만5천5백48원 줄어들게 됐다. 이 같은 가스요금 인하 배경에는 도입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가스원료인 LNG(액화천연가스) 수입비용을 대거 감축시킨 한국가스공사의 숨은 노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등과 기존 LNG 도입 장기계약에 대한 가격재협상을 벌여 오는 2015년까지 들여올 LNG 도입비용을 1조7천억원 낮추고,절감된 비용의 대부분을 가스요금 인하를 통해 사회에 환원한 것. 지난 2003년 9월 부임한 오강현 사장(사진)은 취임 직후 고유가 상황이 불거지자 유가에 연동돼있는 기존 LNG 도입계약 변경을 최대 현안으로 삼고 가격재협상에 직접 발벗고 나섰다. 오 사장은 9차례에 걸쳐 브루나이와 말레이시아를 방문,밀고 당기는 끈질긴 가격재협상 끝에 20여년의 LNG 도입 역사상 처음으로 유가와 연동한 LNG가격 변동 폭을 87% 수준에서 39%로 줄이는 'S-커브제'(고유가 완충 보조요금제)를 도입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기존 계약에는 가격재협상 조항이 없었지만 지속적인 설득으로 약 2조원에 가까운 국가에너지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며 "이번 재협상으로 향후 LNG 도입협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또 최근 예멘 등과 오는 2008년 이후 20년간 들여올 연간 5백만?의 LNG 도입계약을 맺으면서도 'LNG도입가격 상·하한제' 등을 관철시켜 기존보다 35∼40% 싼 가격에 LNG를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오 사장은 "사장 취임 이후 가격 재협상 등 전례가 없던 일을 추진했던 만큼 어려움도 많았지만 반대로 보람도 컸다"며 "무엇보다 고유가 상황에서도 국민들에게 더 싼값에 LNG를 공급할 수 있게 된 게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