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우 < 삼성전자 부회장 > -- [ 능률협회 최고경영자 세미나 ]



"경영환경의 변화 속도가 계속 빨라지고 변화의 양상도 사전에 예측하기 힘들어 집니다.


10년전만 해도 규모가 큰 기업들은 무리한 투자만 하지않으면 어느정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영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하면 아무리 탄탄한 대기업도 하루아침에 몰락해 버립니다.


경영환경이 그만큼 각박해 진 것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다윗 기업'도 트렌드를 잘 읽고 유연성 있는 경영을 하면 얼마든지 '골리앗 기업'을 꺽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능률협회 신년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세계 굴지의 전자업체들 사이에서 무명이나 다름없던 삼성이 10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 5배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변화를 빨리 읽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변화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라=최근 경영환경의 변화 중 가장 뚜렷한 것은 'IT혁명'이다.


IT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신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신상품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들고 다닐 수 있어야(Mobile) 하며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돼야(Ubiquitous) 하고 한 번에 나를 수 있는 정보량이 많아야(Broad band) 한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세계시장 점유율 2위의 휴대폰 브랜드 '애니콜'도 이 같은 환경의 변화를 미리 읽고 기획력을 집중한 덕에 탄생한 제품이다.


IT 시장은 아직 기회가 많다.


배터리 디스플레이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PDA 텔레매틱스 등이 대표적인 유망 사업군이다.


반드시 전체 기술을 가져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경쟁업체가 모방하기 어려운 요소 기술만으로도 충분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콘텐츠 사업도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사업군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매체가 아닌 콘텐츠다.


방송용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자.방송용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방송국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독점 콘텐츠였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무선통신사업자 휴대폰사업자는 물론 군소 콘텐츠 사업자도 방송용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소비자가 열광할 수 있는 콘텐츠만 개발하면 군소 콘텐츠 사업자도 방송국를 누를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번 개발한 콘텐츠는 방송,휴대폰,유·무선 인터넷 등에 모두 활용할 수 있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핀란드형 '강소국'으로 한국을 발전시켜야=내수시장이 없고 국토가 좁으며 인구가 적은 한국은 유럽의 강소국형으로 발전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핀란드 아일랜드 스웨덴 등 유럽의 강소국들은 공통점이 있다.


경쟁력 있는 기업을 나라의 대표선수로 과감히 육성했다.


기업규제를 최소화했고 국민들도 이런 정책을 믿고 따라주고 있다.


이 같은 환경 하에서 핀란드는 노키아,스웨덴은 발렌베리그룹을 대표기업으로 육성,강소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아일랜드는 국민의 지지 아래 1천2백개가 넘는 외자기업을 유치했고 전체 수출의 75%를 외국기업이 담당할 만큼 충실한 결실을 맺었다.


한국도 유럽 강소국처럼 몇 가지 핵심사업을 고르고 여기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분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정책으로 신규 유망사업을 규제해서는 곤란하다.


전지와 디스플레이 분야는 공급능력 강화를 위해 투자가 더 이뤄져야 하고 홈네트워크와 차세대 자동차 등 아직 수요가 없는 분야는 국가가 국내에서 신규수요가 발생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콘텐츠 소프트웨어 바이오분야는 인재육성이 경쟁력의 핵심인 만큼 교육 인프라 확충에 주력해야 한다.


정리=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