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전망이 밝지는 않지만 삼성, LG, 현대차 등주요 그룹들은 방어적 경영보다는 2-3년 뒤를 내다보고 공격적 경영을 통해 글로벌경쟁력을 갖춰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삼성은 올해 창업이래 최대 투자에 나설 계획이며, LG와 현대차, SK 등도 작년보다 10% 이상 투자를 늘려 성장전략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과 SK 등이 아직 인사를 남겨놓고 있지만 연말에 이뤄진 주요 대기업의 인사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반영, 오너 2세들의 전진배치와 함께 실적이 좋았던 해외파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불황에도 성장전략 유지= 삼성그룹은 올해 시설투자 13조9천억원, 연구개발(R&D) 투자 7조3천억원 등 총 21조2천억원을 투자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이는 작년대비 15.2% 늘어난 것으로 작년 투자증가율(36.2%)에는 못미치는 것이지만 창업이래 최대규모로 불황일수록 투자를 늘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전략이 반영된 것이다. 환율급락과 LCD를 비롯한 주력품목의 경쟁격화에 따른 판매가격 하락 등을 감안,세전이익을 작년대비 23.1% 줄어든 14조6천억원으로 낮춰 잡았으나 수출은 총 592억달러로 작년대비 12.3% 늘려잡았다. 삼성은 특히 올해를 '초일류 기업으로 가는 새로운 출발선'으로 보고 신수종사업을 찾아 희망의 씨앗을 키워나가고, 인재확보와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한해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달 중순을 목표로 새해 경영계획을 짜고있는 LG그룹도 수익성 위주의 내실경영을 목표로 사업계획을 수립하되 디지털TV, 디스플레이, 정보전자소재 사업 등 승부사업에서 적극적인 신제품 개발과 과감한 선행투자로 시장지위를 확대한다는 전략이어서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11조원대의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LG그룹은 고부가가치 사업 및 제품 비중을 늘려 매출구조의 질을 높이고 환율변동 폭이 큰 점을 감안해 사업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 매출 및 수익 목표를달성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고유가의 혜택을 받는 러시아, 브라질과 중국, 인도를 비롯한 브릭스(BRICs)지역에서 시장확대를 꾀하고, 미국의 경우 디지털TV, 이동단말, 프리미엄 가전제품,2차전지 등 정보전자 분야의 수출을 늘려가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말의 긴축경영 기조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지만 잇단 신차출시를 통해 해외쪽에서 돌파구를 찾을 계획이다. 올해 판매목표를 작년보다 14.2% 많은 258만대(국내 60만대, 해외 198만대)로늘려 잡았으며, 매출도 32조원에서 36조원대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원.달러 환율흐름이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미국, 중국, 인도 등 해외기지의 생산을 최대한 늘리는 동시에 유럽 등 미주 이외 지역으로의 수출 증대에 힘을 쏟을 방침이다. 오는 3월부터 본격 가동될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연말까지 NF쏘나타 15만대를만들어 미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디젤과 휘발유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될 베르나 후속 신차(프로젝트명 MC), 그랜저XG 후속 TG, 산타페 후속 CM 등 주력 신차를꾸준히 선보여 침체된 내수시장을 정면돌파할 방침이다. SK그룹은 올해를 '뉴SK'의 실질적 원년으로 정해 경영정상화를 완료하고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SK는 이를 위해 정보통신과 에너지 화학분야를 중심으로 시설 및 연구개발(R&D)투자를 작년대비 10% 정도 늘어난 4조4천억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오는 2008년까지 총 13조5천억원을 투자, 세계 2위 철강회사로 도약하는 '성장과 혁신' 전략에 따라 올해에도 대규모 해외 제철소 건설과 신제철 공법설비인 `파이넥스'건설 등에 주력해 작년대비 20% 늘어난 3조원 안팎의 투자가 집행될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올해를 '10년 비전을 향한 첫 걸름, 인재경영의 첫 해'로 정해 핵심역량 강화와 핵심 인재확보에 주력하면서 수익성 제고 힘쓸 방침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올해 총투자액을 작년대비 30% 늘어난 1조900억원으로 책정,글로벌 경쟁력제고에 나설 계획이며, 대한항공은 매출과 생산성은 10% 올리고 비용은 10% 줄이는 '10-10-10' 개념을 도입해 글로벌 항공사로의 도약에 나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롯데그룹은 백화점과 할인점 부문에 9천억원을 들여 본점 옆의 명품관 오픈, 기존 백화점의 리뉴얼, 2006년 오픈 예정인 미아점 건설 등에 투자하고 할인점 롯데마트도 8-10개의 신규점을 열 예정이다. 신세계도 올해 할인점 이마트를 10∼12개 추가로 열고 본점 재개발 공사, 부산센텀시티 착공 등 백화점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8천억원)보다 20% 이상 많은1조원을 투자하고 중국 상하이(上海)와 톈진(天津)에 3∼4개의 할인점을 잇따라 여는 등 중국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효성그룹은 스펀덱스, 타이어코드, 중전기 등 기존 핵심사업에 대해 역량을 집중, 경쟁우위를 바탕으로 한 이익 극대화를 꾀한다는 경영전략을 세웠으며, 코오롱그룹은 △화학.제조 △건설 △패션.유통 등 3개 분야를 중심축으로 실적이 부진한계열사를 주력 계열사에 통폐합하거나 매각 등의 방법으로 경영합리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올해를 '안정적 경영기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도약'을 경영목표로물류.기계.제조.금융.남북경협 개발 등 핵심사업에 대한 집중적 투자로 '2010년 매출20조, 재계 10위권 진입'을 향한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할 계획이다. ◆해외파 약진.오너 2세 전진배치= 삼성과 SK, 포스코 등 몇몇 대기업의 임원인사가 아직 단행되지 않았으나 내수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올린 해외파의 약진과 오너 2-3세의 전진배치 등으로 요약된다. 이와함께 임원급 인사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 세대교체 현상도 두드러졌다. LG전자 인사에서 인도법인장 김광로 부사장과 안명규 북미총괄 부사장이 각각사장으로 승진, 사장 승진자가 모두 해외파로 채워졌으며, 현대차에서는 베이징현대차 노재만 총경리(법인장)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올린 해외파들이 대거 승진대열에 올랐다. 해외파들은 내수침체로 실적이 부진했던 국내부문과 달리 좋은 실적을 올림으로써 전반적으로 약진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앞으로 남은 다른 대기업 임원 인사에서도해외파의 약진이 뚜렷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너 2세들의 전진 배치도 두드러져 LG전선그룹 인사에서는 구두회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의 외아들 구자은 LG전선 이사가 상무로 승진하고, 구평회 E1(구 LG칼텍스가스) 명예회장의 3남인 구자균 고려대 교수가 LG산전 부사장으로 선임돼 '자'(滋)자 항렬의 2세 경영체제가 구축됐다. 또 CJ그룹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씨의 장녀이자 이재현회장의 누나인 이미경(46)씨를 CJ엔터테인먼트, CJ CGV, CJ 미디어 및 CJ아메리카담당 부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배치했으며, 현대백화점은 정몽근 회장의 차남인 정교선 부장을 기획조정본부 기획담당 이사로 승진시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게 했다. 이달 중순에 있을 삼성 임원급 인사에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삼성전자 상무가 전무 승진대상에 오를지 여부도 주목된다. 이 상무는 상무보를 2년만에 뗀 뒤 2년이 지나 전무 승진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임원들의 연령도 전반적으로 낮아져 LG전자의 경우 황경주 정보통신 미국법인부장과 정보통신단말연구소의 류혜정 연구원 등 30대 임원 2명이 탄생했으며, 한화그룹은 연말인사에서 40대 임원들이 중심이 되면서 임원들의 평균연령이 10년 가량낮아졌다. 대한항공도 신규 임원 21명중 약 60%인 12명을 40대로 선임했으며, 코오롱그룹도 임원 34명을 무더기로 해임하면서 부회장 3명을 함께 퇴진시켰다. 이밖에 홍보맨들이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되거나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이번 대기업 임원 인사의 특징으로 들 수 있다. 한화그룹 홍보팀장을 맡았던 남영선 상무가 ㈜한화 사업총괄담당 사장으로 승진해 그룹내 서열1위 계열사를 지휘하고 있으며 김영수(54) LG전자 홍보팀 부사장은프로야구 LG 트윈스와 프로농구 LG 세이커스를 총괄하는 ㈜LG스포츠의 CEO 자리인대표이사 부사장에 선임됐다. 이에앞서 작년 4월에는 현대차 홍보실장 출신인 최한영 부사장이 전략조정실장(사장) 발령을 받아 현대차와 기아차의 업무를 종합적으로 조정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달 중순에 인사를 하는 삼성에서는 구조조정본부 홍보팀장을 맡고있는 이순동부사장, 3월 주주총회 뒤 인사를 하는 포스코에서는 윤석만 부사장, 수시로 인사를하는 두산그룹에서는 김 진 부사장 등이 CEO나 사장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eomn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