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정책을 입안하는 재정경제부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및 보유세제 개편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은 채 쏟아진 당국자의 발언이 이후 검증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받거나,허언(虛言)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서다. 민감한 세금문제를 놓고 설익은 언급이 잇따르면서 시장의 혼란만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거래세 부담 완화 사실인가 이종규 재경부 세제실장은 종부세 도입 및 보유세제 개편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수차례 "내년에 전체적인 보유세가 늘어나는 만큼 거래세 부담은 낮추겠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실제로 내년부터 등록세를 3.0%에서 1.5%로 낮춰 전체적인 거래세율을 5.8%에서 4.0%로 하향조정키로 했다. 그렇지만 거래세 부담은 서울 강남구 등 주택거래신고지역과 신규분양 아파트 등에 국한해 완화된다. 나머지 지역은 거래세의 과표가 실거래가의 30∼40%수준인 '시가표준액'에서 실거래가의 70∼90%수준인 '기준시가'로 바뀌는 탓에 세율이 낮춰져도 세액은 오히려 증가한다. ◆전국 주택 중 70% 보유세 내려갈까 이종규 세제실장은 또 내년 시행할 보유세 개편과 관련,"전체 부동산 납세자의 30∼40%는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고 나머지 60∼70%는 세부담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와 반대되는 시뮬레이션(모의분석) 결과를 지난 29일 내놓았다. 재산세 부과대상인 서울시 2백29만채 주택 중 60%에 이르는 1백37만여채의 재산세가 오른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 주택 4채 중 1채는 2006년 세금이 올해의 2배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이같은 결과는 서울에만 해당할 뿐이며 전국으론 보유세 하락 혜택을 보는 납세자가 더 많다는 게 재경부의 해명이지만,전문가들은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재산세 3천억원 줄어들까 이종규 세제실장은 "내년 종합부동산세는 6천억원 가량 걷힐 전망이지만,전체적인 재산세는 3천억원 정도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종부세를 제외하면 3천억원가량 재산세가 감소,서민들의 세부담이 낮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인구의 절반이 모여 사는 서울과 수도권의 서민주택도 세부담이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컨대 기준시가가 9천만원인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15평 아파트의 재산세는 올해 10만4천원에서 11만3천원으로 증가한다. 경기도 군포시의 35평형 아파트(기준시가 2억원)도 9만2천원에서 세부담 상한선인 13만8천원까지 뛴다. 재산세가 감소하는 곳은 지방 대도시의 대형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단독·다세대 주택 상속·양도·증여세 안 늘까 재경부는 29일 "내년 4월말부터 단독·다세대주택의 과표가 주택공시가격으로 바뀌더라도 상속세 양도세 증여세 등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란 요지의 자료를 냈다. 현재 토지에 대해선 공시지가,건물엔 시가의 70∼80%수준을 과표로 매기고 있어 내년 4월말 이후 토지와 건물을 합산평가하더라도 양도세 등 세부담 증가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세무사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한 세무사는 "양도 등의 경우에 신고자들은 시가의 30∼40%에서 신고해 온 게 관행이었는데,내년 4월말부터는 시가의 80∼90%로 신고해야 하므로 당연히 세부담이 급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도세 중과 여부도 오락가락 이헌재 부총리는 11월에만 지난 12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1년정도 유예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는 1가구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예정대로 내년부터 강행한다고 거듭 강조하는 등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청와대와 주무부처 간 의견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탓에 납세자들만 혼란에 빠졌던 셈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